4INTERVIEW

천적 사랑은 농업 사랑, 자연 사랑

곤충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이다. 때문에 천적곤충을 연구하기 위해선 생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세심한 마음이 필요하다. (주)세실 김진호 과장은 ‘천적 사랑’은 농가의 소득을 올리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Q) 친환경 병충해방제란 무엇입니까?
A) 간단히 말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병충해를 제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방법은 크게 생태적 방법, 생화학적 방법, 물리적 방법, 생물적 방법이 있습니다.
혼작(섞어심기)라고 들어보셨을 텐데, 작물 상호간의 특성을 이용하여 병해충의 피해를 줄일 목적으로 두 작물을 섞어서 심는 게 대표적인 생태적 방법입니다. 감나무 밑에 어성초를 심기도 하는데 해충이 싫어하는 기피식물을 심는 것도 여기에 속하죠.
생화학적 방법에는 성페로몬을 이용하여 해충의 배우자 탐색을 교란시키는 방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물리적 방법은 방충망을 덮거나 해충 유인 용액을 포살통에 넣어 해충을 잡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물적 방법은 인체에 무해한 미생물이나 해충의 천적(진딧물 ↔ 진디벌, 총채벌레 ↔ 애꽃노린재)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 친환경적 병충해 방제에는 식물추출물, 식용유와 계란노른자로 만드는 난황유 등 친환경적인 물질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Q) (주)세실에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A) 주된 업무는 생물학적 방법에 속하는데 새로운 천적곤충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을 찾고 국내외 문헌을 통해 그 천적들을 찾는 것이죠. 일단 천적을 찾으면 현장에 나가 천적의 생태를 관찰하고 채집을 한 후 실험실에서 천적의 효과를 검증합니다. 실제 효과가 있으면 일부 개체를 늘리는 작업을 하며, 외부전문가나 곤충분류전공 연구원에게 의뢰하여 종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이렇게 천적으로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사육방법을 개발합니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일입니다. 이후 천적곤충 포장용기를 개발하고, 천적곤충의 적용방법 등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실제 천적제품으로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일반농가에서 실증테스트를 합니다. 효과가 최종 입증되면 새로운 제품으로 출시하고 결과를 학회지에 발표하거나 특허를 출원합니다. 최종적으로 출시된 제품을 보급하는 것도 제 일입니다.
그 외에도 사육 중인 천적곤충과 해충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또 출시된 제품을 보급하거나 농업관련기술자와 농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Q) 어렸을 때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A) 고등학생이었을 때,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도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논 한 귀퉁이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유를 물으니, 우리 가족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시더군요. 농약이 우리 몸에 많이 해롭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엔 농약 없이 농사를 짓는 방법을 몰랐지만, 대학 농생물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천적을 이용해 농사짓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천적곤충을 이용한 병해충 방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원에서도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천적과 관련한 직장이 많지 않았어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 일은 관공서에서 병충해 방제를 하는 일이었죠. 그러다 천적생산을 통해 생물적 방제를 하는 기업이 창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대학원 전공과 관련 경력을 바탕으로 연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고요.

Q)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거네요?
A) 천적곤충 연구는 저의 오래된 관심분야이면서 취미였기 때문에 지금은 너무나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천적곤충 개발은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찾고, 그에 맞는 천적을 찾아 대량 생산과 유통이 가능하도록 연구하는 일은 항상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일인 만큼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제가 찾아낸 천적곤충이 상업화되면 그만큼 이로운 일을 한 것이기에 보람도 크지요.

Q) 곤충이라고 하지만 생명체를 다룬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A) 그렇습니다. 곤충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데 며칠만 관리를 잘 못해도 모두 죽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물가에 내놓은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처럼 쉬는 날은 물론이고 외국에 나가서도 항상 걱정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또 새로운 천적곤충을 개발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발견만 하면 되는 게 아니거든요. ‘상업적’으로 쓰기 위해선 대량공급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수많은 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Q) 농가에서도 쉽게 받아들이나요?
A) 화학적 방제는 해충이 열 마리든 천 마리든 농약을 물에 타서 살포하는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지만, 생물학적 방제인 천적사용법은 해충의 숫자에 따른 적군과 아군의 싸움이어서 해충의 숫자에 따른 전략이 각기 다르고, 해충의 종류에 따라 천적이 달라서 그 방법을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일반 농민들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죠. 현재 시설농가의 5% 정도가 천적방제를 하고 있습니다.

Q)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입니까?
A) 제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천적곤충을 외국에 수출할 기회가 있었는데, 외국 회사에 보낸 샘플이 배송 과정에서 상당수가 죽은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보낸 곤충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알고 보니 곤충의 문제가 아니라 배송의 문제였습니다. 항공기를 통한 외국 배송에는 국내 배송과 달리, 오랜 시간(약4~5일)이 걸리고 먹이, 환경 등이 많이 달라집니다. 이런 점을 간과해 곤충들이 많이 죽어버린 것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곤충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포장방법과 환경 등을 새롭게 개발한 후 다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 업체에서 대단히 만족한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 왔고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일은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기억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배송문제뿐 아니라, 판매처에 적절한 제품을 상황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환경변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해충을 방제하는데 어떤 제품을, 어느 시점에, 얼마의 용량으로, 어느 정도 빈도로 쓸지 등에 대한 솔루션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거든요.

Q) 마지막으로 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십니까?
A) “미리 준비한 자는 이루어 낸다.” 목표한 것이 있으면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준비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적곤충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은 평소에 곤충을 많이 키워보고 곤충에 애정을 쏟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