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키를 아시나요? 황금열쇠? 골드(gold)가 붙으면 보통은 긍정적인 의미인데요, 문득 축구경기의 골든볼이 떠오릅니다. 동점인 상황에서 연장전에 돌입하면, 경기시간에 관계없이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승리하는 룰입니다. 그야말로 단 한 골로 게임아웃이죠. 그렇다면 다음은, 키(key). 영어로는 열쇠를 뜻하지만, 국어사전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로도 되어 있습니다. 제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원샷원킬의 능력으로 간단히 풀어버리는 전지전능함! 이것이 골든키의 실체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것만 손에 쥔다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골든키, 이는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쥔 사람’이란 뜻을 담은 배지로, 세계컨시어지협회가 호텔 경력 최소 5년(컨시어지경력 3년) 이상인 호텔리어를 대상으로 최소 4년간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인증해주는 자격입니다. 아직 국내에 골든키를 달고 활동하는 컨시어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자격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호텔컨시어지로 활동 중인 분의 말에 따르면, 골든키 배지를 달게 된 것은 대단한 영광이지만, 그 순간부터는 자기 스스로 ‘골든키’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고객의 어떤 주문과 질문에도 열쇠, 즉 해답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 호텔컨시어지를 만나봅시다.

1어떤 일을 하나요?

호텔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특히 컨시어지는 ‘서비스의 꽃’이라 불립니다. 본래 컨시어지(Concierge)는 프랑스에서 유래된 말로 중세시대 성을 지키며 초를 들고 성을 안내하는 사람(le comte des cierges, 촛불관리자)을 이르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고객을 맞이하며 객실서비스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호텔에서 일하는 많은 호텔리어 중에서도 고객의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 호텔 로비에 위치해 있는 컨시어지 데스크에서 근무하며,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만능해결사로 통합니다.

이들의 업무영역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을 비롯해 고객이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해결해준다고 보면 됩니다. 단, 법적·도덕적 테두리 안에서! 이를테면 공항에서의 영접 및 환송 서비스, 리무진 및 수하물 서비스에서부터 교통안내, 관광·쇼핑안내, 문화·공연·엔터테인먼트, 고객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든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등 고객의 개인비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컨시어지 데스크는 하루 24시간 3교대 근무로 운영됩니다. 컨시어지들은 항상 깔끔하게 외모를 정돈하고 업무에 임합니다. 당일 행사나 특별하게 대접해야 할 VIP가 있는지 일정을 확인하고 객실을 체크하며 업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최대한 고객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고객 개개인의 취향까지 확인하여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고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보 습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틈틈이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 등을 보며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컨시어지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2어떻게 준비하나요?

반드시 호텔 관련학을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다수는 대학에서 호텔 관련학을 전공하거나 호텔 전문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수시채용을 통해 일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호텔컨시어지 부서에 입직하면 우선 벨맨으로 활동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방법과 서비스마인드를 배웁니다. 호텔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아야만 담당 호텔의 컨시어지로서 고객서비스를 총괄하며 책임지게 됩니다.

국내 대학에 호텔 관련학이 많이 개설되어 있어 매년 배출되는 인력이 많고, 외국에서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국내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컨시어지로 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호텔에 실습을 나가거나 인턴활동 등 실무경험을 쌓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이때 호텔 실무자들에게 인정받아 취업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해외경험을 쌓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호텔에서 고객서비스를 총괄하는 이들은 채용 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실력 또한 중요하게 평가받습니다. 이뿐 아니라 우리말도 조리 있게 하고, 손님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어투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또 업무 처리 시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기초적인 컴퓨터 활용능력도 필요합니다.

3이 직업의 현재와 미래는?

전 세계가 지구촌화되며 수많은 사람이 여가와 휴식을 위해, 혹은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각국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관광숙박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호텔 및 숙박업소에서는 고도로 훈련된 서비스 전문요원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호텔의 컨시어지 서비스가 정착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도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컨시어지 데스크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전문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호텔컨시어지의 서비스 정신이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으면서 백화점이나 쇼핑업체 등 다른 서비스 분야에도 컨시어지의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가를 중요한 삶의 요소로 여기게 되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은 특급호텔에서만 전문 컨시어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더 나은 고객서비스를 위해 작은 규모의 호텔에서도 컨시어지 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호텔컨시어지의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향후 국제 비즈니스가 많아지면서 호텔의 수요 증대가 기대되는 점도 이들의 직업적 전망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관련 학과의 배출인력이 늘어나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국내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호텔에 입직하기 위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것입니다.

4한 걸음 더

‘서비스의 꽃’이라 불리는 호텔컨시어지.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외모만 보고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예상할 수 있는 눈썰미와 국제적인 매너, 고객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돌발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판단력과 현장대응력, 책임감, 정확성 등이 요구됩니다. 또한, 맛집 정보, 재미있는 공연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므로 최신 유행에도 민감하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업무 범위가 다방면에 걸쳐 있고, 다양한 고객층만큼이나 다양한 요구사항이 쏟아지는 등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며, 특히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일하기 때문에 건강한 체력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