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분수연출자는 이미 설치된 분수시설을 이용해 하나의 연출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때문에 음악분수 연출을 위해서는 우선 하드웨어인 분수시설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펌프는 몇 대가 있는지, 어떤 노즐로 구성되어 있고, 조명 및 전기시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여 연출 가능한 방법을 구상한다. 소프트웨어인 음악 선곡은 클래식, 팝, 가요,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명곡을 위주로 선정하거나 해당 장소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선정한다. 음악 길이는 3~4분 정도가 연출하기 적당하며 필요할 경우 음악 분량을 조정하기 위해 편집을 한다. 보통 분수시설마다 여러 곡의 연출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으며 정해진 시간에 연출되게 하거나 원격으로 조정한다. 가끔 준공식이나 특별한 공연이 있는 날에는 연출자가 직접 해당 시간에 와서 음악분수 프로그램을 조정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은 대부분 분수시설이 있는 현장에서 한다. 현장마다 분수시설이 모두 다르고 각 시설마다 들어가 있는 펌프, 전기 및 기계시설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한다. 또 시원한 느낌을 주는 분수의 특성상 겨울보다는 여름에 일이 많다.
음악분수연출자는 수경시설 관련 조경회사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일한다. 연출자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특별한 전공은 없다. 분수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음악, 미술 등 예술적인 감각이 중요하다. 연출기법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새로운 연출기법을 생각해내기 위해서는 화가가 해부학을 공부하듯 무엇보다 분수시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계, 전기, 설비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익히면 분수시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음악분수는 음악의 분위기와 박자에 맞춰 작품이 표현되므로, 박자감각, 조화와 균형미에 대한 안목, 색채감각 등 예술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실제 연출프로그램은 모두 컴퓨터 작업이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고 다루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일정 기간 직장 내 교육을 받으면 실무가 가능하다.
사람들의 문화적인 욕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나아가 관광자원을 개발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 일환으로 공원이나 녹지 등에 분수시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음악분수는 그 자체로도 감동을 주는 음악이 빛 그리고 물줄기와 어우러지는 형태여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최근에는 기술발달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현재 음악분수연출자는 음악분수 설계 및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대개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남성 종사자가 많은 편이다. 음악분수 연출은 분수시설에 콘텐츠를 채우고 다양한 연출기법을 적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분수시설이 늘어날수록 유지·관리의 필요성도 함께 커진다. 다만, 음악분수의 신규설치 및 기존 음악분수의 수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종사자 수가 증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에는 조경회사 소속 보다 프리랜서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분수의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기술과 연출기법이 개발되면 음악분수 연출뿐 아니라 관련한 새로운 직업이 파생될 가능성이 있다.
분수가 음악과 빛을 만나면 작품이 된다
분수는 더 이상 물줄기를 공중으로 솟구치게 하는 설비시설이 아니다. 분수에 기술과 빛 그리고 음악이 더해져 시민들의 피로를 풀고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담긴 종합예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 음악분수연출자가 되셨습니까?
A) 저는 대학에서는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계속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해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음악분수를 알게 됐고 현재 조경 및 수경시설 전문 시공업체에서 음악에 맞춰 물줄기를 춤추게 하는 음악분수 프로그램 연출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성악과는 전혀 다른 일 같은데, 음악분수연출자가 일하는 환경은 어떤가요?
A) 컴퓨터 프로그램과 시설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하는 환경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제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분수시설이 있는 현장에서 보냅니다. 분수마다 그 규모나 설비시설이 모두 다르고, 각 설비시설마다 들어가 있는 펌프, 전기, 기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현장에서는 연출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눈으로 보고 테스트하며 프로그램을 완성합니다. 때문에 분수의 설계도만 보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현장감 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Q) 음악분수가 작동하는 시간에도 연출자가 필요한가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분수에서 연출되는 물줄기의 형태와 움직임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제어시스템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노즐과 펌프의 개폐 타이밍과 압력을 조절해 음악의 각 소절마다 물줄기 높이와 분출 속도 등을 만들고 조명의 색에도 변화를 줍니다. 그리고 이를 재구성하여 한 곡에 맞게 완성하죠. 예를 들어, 음악의 느린부분은 은은한 조명과 낮은 물높이, 느린 속도로 물줄기가 분출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클라이맥스 부분은 모든 노즐에서 물줄기가 강하고 높게 솟구치도록 하고 조명도 화려하고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그리고 음악에 맞춰 분수가 연출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연출자가 만든 프로그램이 플레이되기도 하고, 어떤 분수는 음파(Hz)에 맞춰 자동으로 물의 높낮이와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또 자동판매기처럼 관람객이 선곡한 곡을 틀면 그 음악에 맞는 분수가 나오기도 하고, 전자피아노의 건반을 연결해서 특정 건반을 누르면 특정 프로그램이 연출되게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발로 밟거나 동전을 넣었을 때 분수가 터지는 것처럼 최근에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형태의 분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반드시 다른 분야처럼 연출자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픈식이나 기념일등 특별한 행사 때 자리를 지키기는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Q) 음악분수연출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A) 음악과 물, 그리고 빛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잘 연출된 음악분수 프로그램은 하나의 음악공연을 본 듯한 감동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일수록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옵니다. 그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즐거워할 때는 창작에서 느끼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그랬습니다. 제가 의도한대로 물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아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다가도 생각이 난다는데 저는 음악만 들으면 물줄기를 가지고 어떻게 표현할지 상상하고 꿈도 꾸곤 했어요. 그리고 머릿속에 그린 걸 다음 날 직접 현장에서 해보기도 했었죠. 어쩔 때는 상상했던 것과 달라 난감한 경우도 있었지만요.
Q) 인상 깊었던 분수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A) 비행기 소음으로 시끄러운 공항 근처의 동네를 상상해보세요. 사람들은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를 보며 만남과 떠남을 상상하기보다 시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공항 근처 호수에 분수대를 만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데시벨이 되면 “쭈루루루루루루룩”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를 따라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솟구칩니다. 이제 비행기는 더 이상 소음을 내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비행기 소음이 클수록 사람들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반전이죠.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2009년 10월 서울 양천구에 있는 신월정수장이 ‘서서울 호수공원’으로 탈바꿈했는데 그 안에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에서 81데시벨 이상의 소리가 들리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41개의 소리분수를 만들었습니다. 근처 김포공항의 비행기 소음으로 피해를 입어야했던 신월동 주민을 위한 것이었죠.
Q) 어떤 점이 어려운가요?
A) 일을 하다보면 갑자기 분수에서 물이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기나 분수시설 자체를 점검하고 무엇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허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가서 삐뚤어진 노즐을 바로잡거나 밸브를 조정하기도 하죠. 제가 작업을 할 때는 이미 설계와 시공이 끝난 상태기 때문에 다른 스태프들은 없거든요. 때문에 이 일을 잘 하려면 음악도 중요하지만, 전기나 기계 등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여성인데다 성악을 전공한 저로서는 이 부분이 힘든 일 중에 하나입니다.
Q) 일하면서 가장 긴장이 된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A) 서울어린이대공원 그랜드오픈 때였어요. 규모도 크고 36년 만의 재개장이라 사람들의 주목도 많이 받은 프로젝트였어요. 당일 시나리오는 당시 서울시장이 테이프커팅을 하면 음악과 함께 분수가 확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어요. 이미 준비는 끝났고 제가 할 일은 단지 마우스로 클릭 한 번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저명한 인사들이 많이 오고 방송국에서도 촬영을 하다 보니 정말 긴장되더라고요. 다른 스태프들도 모두 초긴장 상태였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번 체크를 했죠. 다행히 시원한 물줄기가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황홀하게 춤을 추더군요. 긴장했던 마음이 모두 풀리고 기쁘게 그 장면을 바라봤어요.
이후에도 어린이대공원 분수음악회에서 유명 가수들의 반주곡을 받아 분수연출을 기획한적이 있어요. 유명 가수들의 음악에 따라 제가 기획한 대로 물줄기가 움직이는 광경을 보는 것은 참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죠.
Q) 마지막으로 음악분수연출자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즐거운 일이예요. 하지만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 이것만으로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저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 지금도 컴플렉스에요. 그래서 계속 수경시설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이 일을 희망한다면 하드웨어에 대한 전문성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문성을 동시에 갖췄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