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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운동선수들이 한데 모여 서로 샴페인을 뿌려대는 모습이 종종 전파를 탑니다. 샴페인 병을 마구 흔들어 마개를 따면, 뻥~! 소리와 함께 거품이 치솟고, 치솟는 거품만큼 환호와 박수도 커지고요. 이처럼 우리는 샴페인을 좋은 날,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뿌리고 마시는 술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샴페인을 터뜨리는 일만 남았다.’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 등 관용적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은 이 샴페인이 와인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으로 통칭해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요, 실은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이는 고유명사 같은 것입니다. 샹파뉴의 영어식 표현이 샴페인이지요. 프랑스 내에서도 부르고뉴, 알자스 지역 등에서 생산된 것은 크레망(crement),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뱅 무쐬(vin Mousseux)라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모든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재미난 사실 하나 더. 지금은 축하의 의미가 더해진 샴페인이지만, 처음엔 ‘악마의 와인’으로 불리며,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고 합니다. 겨울동안 발효가 멈춘 와인이 봄에 발효를 다시 시작하면서 탄산가스가 발생했고, 급기야 병이 터져 버렸습니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17세기 사람들에게는 ‘악마’로 보일만도 합니다.

17세기 프랑스 샹파뉴 지역 베네딕트 수도원의 와인 담당 수도사였던 돔 페리뇽, 우연히 맛 본 ‘악마의 와인’에 매료되었던 걸까요? 그는 탄산가스의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코르크 고정 철사를 개발해내 악마의 와인을 ‘샴페인’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오늘날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의 이름을 딴 ‘돔 페리뇽’은 수많은 와인소믈리에로부터 단연 최고의 샴페인이라 인정받고 있습니다.

1어떤 일을 하나요?

봉건사회였던 중세 유럽에는 식품보관을 담당하며, 영주의 식사 전에 식품의 안전 여부를 알려주는 솜(Somme)이라는 직책이 있었습니다. 소믈리에(Sommelier)는 여기서 유래한 말이며, 프랑스어로 ‘맛을 보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와인소믈리에(Wine Sommelier)는 호텔과 레스토랑, 백화점, 와인바, 와인숍 등 와인을 취급하는 곳에서 와인(음료 포함)의 구매, 저장, 관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와인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먼저 와인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맛을 보고 포도의 품종, 숙성방법, 원산지, 수확연도 등을 맞추는 블라인드 테스팅을 통해 고객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선택해 구매합니다. 어울리는 음식, 장소, 대상 등을 고려하여 매출에 기여할 와인을 발굴해내는 것입니다. 와인의 품질에 따라 적절한 가격을 산정한 후 와인리스트를 작성하는 일, 와인이 항상 최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창고에 제대로 보관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또한, 고객의 취향, 주문한 음식과의 조화, 예산 등을 고려해 와인을 추천해주고,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와인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곁들이는 등 조언자의 역할을 하지요. 와인의 향과 색의 미묘한 차이를 감별하고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제안하여 고객들의 선택을 돕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바(bar)나 레스토랑의 경영에까지 업무 영역이 확장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나 커피, 음료까지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와인의 구입과 보관을 책임지고,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가가 바로 와인소믈리에입니다. 이들은 ‘와인스튜어드(wine steward)’, ‘와인캡틴(wine captain)’, ‘와인웨이터(wine waiter)’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근무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보통 오후 4시경에 출근해 예약손님을 체크하는 일을 시작으로 매장이 마감한 후 1~2시 경에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하는 곳의 규모에 따라 수석 소믈리에, 보조 소믈리에, 견습 소믈리에 등의 직급이 있다고 합니다.

2어떻게 준비하나요?

전문대학 및 대학교의 국제소믈리에과, 와인발효식품학과, 외식산업과, 조리(학)과 등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의 사회교육원과 일부 대학원에 관련 학문이 전공과목으로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와인스쿨 등 전문 사설교육기관을 통해 와인 선택 및 서비스 기술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은 후 호텔, 레스토랑, 와인바, 백화점 등에 취업하거나 웨이터로 시작하여 경력을 쌓아 규모가 큰 곳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유학을 통해 외국의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여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국내 민간자격증으로는 주니어소믈리에 자격증, 와인어드바이져 자격증, 와인마스터 자격증, 소믈리에 자격증, 시니어소믈리에 자격증, 마스터소믈리에 자격증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만큼, 대다수는 와인 잔을 닦는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하여 업무 전반을 익히고, 서비스마인드를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바텐더로 활동하다가 소믈리에로 전향하여 활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소믈리에는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자로서 포도의 품종, 원산지, 수확연도, 숙성방법 등 와인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함께하는 음식에 대한 지식도 갖추어야 합니다. 업무 특성상 자칫 술을 잘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지만, 몇 방울만으로도 시음이 가능하므로 주량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섬세한 후각과 미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취업하고자 할 경우 외국인 고객과 접할 기회가 많고, 와인제조사 담당자와 만나거나, 와인 발굴을 위해 외국 웹사이트를 검색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항상 고객을 대하는 일이므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고, 친절함과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미각이 뛰어나고, 섬세하며, 꼼꼼한 여성에게 좀 더 유리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이 직업의 현재와 미래는?

20세기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 헤밍웨이. 그는 프랑스 와인 ‘샤토 마고’의 맛에 반해의 손녀딸 이름을 ‘마고’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술 이름으로 손녀의 이름을 짓는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도 그럴 것이 헤밍웨이는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와인 예찬론자였습니다. 그 시절, 와인은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어떤가요? 경제성장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음주문화도 달라졌습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열풍, 파티문화의 확대 등으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을 선호하면서 와인문화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와인전문점, 와인바가 증가하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와인을 접할 수 있어 와인의 대중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제대로 알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와인동호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와인, 테이블매너 등의 와인문화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개설되기도 하고요, 소믈리에를 전문적으로 교육시키는 사설교육기관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각국과의 FTA 등 수입 개방과 맞물려 와인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와인시장의 확대와 대중화는 와인감별사인 소믈리에의 수요 증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80년대 후반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등장한 소믈리에는 2000년 이후 와인산업의 성장과 함께 그 수가 점점 늘고 있고, 각종 와인 관련 교육기관과 와인 수입업체, 와인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 와인전문 매장, 할인매장의 와인코너 등 소믈리에의 활동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4한 걸음 더

소믈리에는 좋은 와인을 감별할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의 취향과 음식에 적당한 와인을 추천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섬세한 후각과 미각을 지녀야 합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을 상대로 일하는 전형적인 서비스업인 만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섬세함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사람과의 만남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와인 관련 지식과 경험을 풍부하게 갖춰 고객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와인은 성경에도 언급될 만큼 역사가 오래된 술인데요, 손님과 와인의 역사와 에피소드 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타인이 따라주는 와인을 받을 때 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잔을 들 때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등 매너를 알려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뿐인가요? 최근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 병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이 있을 정도로 와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와인펀드 등 와인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와이너리(와인을 만드는 양조장) 투어 등 와인관광이 인기를 끌자 와이너리 매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등 그야말로 전 세계가 와인전쟁 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도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담당부서 : 미래직업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