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까불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어리숙해서 늘 이리저리 당하기만 하는 둘리가 빨간색 피부를 가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빨간색뿐 아니라 다른 어떤 색이라도 초록색만큼 둘리의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컬러리스트는 애니메이션의 줄거리와 캐릭터들의 성격, 행동을 고려하여 캐릭터의 피부색, 눈썹, 입술, 손가락, 손톱, 신발, 의상 등 아주 세세한 부부들의 색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합니다. 캐릭터뿐 아니라 배경, 소품 등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모든 색을 창조하지요.
이들은 보통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컬러부나 디지털페인팅부에서 활동하면서, 애니메이션의 기획 단계부터 편집단계까지 전 과정에 참여합니다. 기획단계에서는 기획자나 연출부과 의견을 나누면서 ‘색 지정 샘플’이라는 것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자, 감독 등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여하는 여러 책임자들과 최종 샘플을 완성하지요.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이 시작되면 상황에 따라 색을 수정해 나갑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채색관련 작업이 디지털화되면서 컬러리스트도 전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색 지정 샘플을 만든다고 합니다.
컬러리스트가 되는 데 특별히 요구되는 학력이나 전공은 없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분야가 점차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미술,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의 관련 학과에서 색채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자격증으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컬러리스트 기사 및 산업기사가 있습니다.
컬러리스트의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색 지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채색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보통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채색부나 칼라부에서 2년 정도 일을 경험하면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이 디지털화되면서 색 지정 샘플 작업도 컴퓨터를 이용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페인팅이나 그래픽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은 필수입니다. 컬러리스트를 채용할 때는 주로 채색부나 칼라부에서의 근무경력과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평가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컬러리스트로 일하고 싶다면 먼저 애니메이션 관련 회사의 관련 부서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과거에 비해 창작애니메이션의 제작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컬러리스트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탄탄한 줄거리를 가진 창작애니메이션이라도 그림이 아름답지 않으면 그 가치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되겠지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나오게 된 배경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대중의 욕구 때문일 테니까요. 특히 요즘은 디지털작업으로 채색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요소인 생생한 색감을 표현해 내는 컬러리스트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합니다.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때면, 특히 섬세한 색 연출에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컬러리스트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일한 캐릭터나 소품이라도 장면에 따라 색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컬러리스트로 일하려면 기본적으로 색에 대한 감각과 지식과 이해가 뛰어나야 합니다. 이런 감각과 지식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제 애니메이션 자료들을 많이 보면서, 색을 직접 분석해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