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멘트를 읽는 사람이 아니에요"
김주하 아나운서가 손석희 선배와 함께 뉴스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고 해요. 뉴스 시작 10초 전, “화재야! 유치원생이 많이 죽었대” PD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런 큰 사고는 다른 방송사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달하는 것이 뉴스의 경쟁력인데 뉴스 멘트는 채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손석희 아나운서는 “속보입니다. 조금 전 오늘 새벽, 어린이들이 화재로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생들로...” 침착하고 완벽한 뉴스 문장으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정해진 멘트만을 읽어서는 최고의 아나운서가 될 수 없나봐요. 아나운서는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전달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입니다.
상황과 역할에 따라서 멘트를 하고, 각종 정보를 알려줘요.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앵커, 스포츠캐스터, MC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사람을 앵커라 하는데요, 이들은 취재기자를 연결하며, 특정인과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 방송대본이 있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의 경우 속보가 전달되거나 갑자기 뉴스 순서가 수정될 때도 있어서 항상 긴장해야 해요. 특히 단순한 전달이 아닌, 기사 내용과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감동을 줄 수 있답니다.
요즘은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라고 해서 뉴스 외에도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아나운서들이 많아요. 이들 역시 방송 전에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파악하고, 대본을 분석하면서 철저한 준비를 한 끝에 녹화에 임합니다.
"치열한 공채시험을 통과해야 해요"
아나운서는 대부분 공개채용을 통해서 방송국에 취업하게 됩니다. 보통 지상파방송사는 일 년에 한 번 공개채용을 하는데 그 과정이 몹시 치열해요. ‘서류전형-필기시험(교양, 논술 등)-카메라 및 음성테스트-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지상파 방송이 아니더라도 뉴스전문채널 등 각종 종합유선방송사(CATV), 기업의 사내방송국 등에서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는 각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방송아카데미와 전문 사설 학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방송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표준어 구사, 발성, 호흡 등 기본 교육을 받고, 실제로 뉴스나 쇼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는 등의 다양한 훈련이 이루어집니다. 이 밖에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과 등을 전공하면 방송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사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전공 제한 같은 것은 없답니다.
"이제 다매체, 다채널의 시대! 지상파 아나운서만 꿈꾸지 마세요"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방송매체가 점점 다매체, 다채널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요. 지상파 방송, 종합유선방송(CATV), 지역민영방송, 중계유선방송에 이어 인터넷으로까지 방송 영역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아나운서가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어요.
하지만 부정적인 요소도 있는데요, 매년 지상파방송사에서 뽑는 인력이 한자릿수로 매우 적다는 점, 연기자나 개그맨 등이 아나운서의 전문영역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진행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죠. 또 방송사 간에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만큼 특정 스타 아나운서는 겹치기 출연하는 반면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는 아나운서들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진행자 ‘바버라 월터스’.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방 텔레비전 방송국으로 가서 시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 해라, 아니 시키기 전에 알아서 자발적으로 해라. 그래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라. 위기상황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PD가 나타나지 않고 초청인사가 나타나지 않고 대본은 분실된다. 그럴 때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라. 방송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거기서 성공하려면 집요해야 한다.”
많은 스타 아나운서들이 작은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지상파 방송 공채만 생각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