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애니메이션 하면, 오직 월트디즈니로 통했습니다. 월트디즈니는 미국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로 그야말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지요. 그런데 ‘아톰’, ‘은하철도 999’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에 소개되어 인기몰이를 하면서 ‘재패니메이션’이라는 합성조어(재팬+애니메이션)가 생겨났고, 이후 월트디즈니와는 차별화된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계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있었습니다.

TV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으로 데뷔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후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영역을 넓혀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숱한 화제작을 발표하며 전 세계 만화영화광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애니메이션감독과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주저 없이 그를 꼽는가 하면, 디즈니의 스태프들은 “디즈니가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에 우리를 지탱해주었던 것은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2001년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상(황금곰상)을 수상했고, 그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는 디즈니, 픽사와 함께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애니메이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요?

1어떤 일을 하나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어떠한 정규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오직 만화영화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가 처음 만화영화 제작회사에 들어와서 한 일은 원화(밑그림)를 그리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장화신은 고양이, 보물섬,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플란더스의 개 등 자잘한 어린이 만화영화를 그렸다는데요, 감독 데뷔 이후에도 그는 매 작품마다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애니메이션감독인 그가 그림을 직접 그린 것이 화제가 되었다니, 다들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본디 감독의 주된 역할은 어떤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애니메이션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제작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관련 인력들을 총 지휘하는 사람입니다. 기획에서부터 시나리오, 콘티, 작화작업 또는 컴퓨터를 이용한 제작작업, 촬영, 편집, 녹음 등에 이르기까지 제작 전 과정을 감독하고 제작인력들을 조율하며 애니메이션을 완성시킵니다. 맡은 책무에 따라 총감독, 연출감독 등으로 불리기도 하고, TV시리즈의 경우 회마다 담당 감독이 다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관리하는 사람을 ‘총감독’이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본격적인 제작과정의 실무작업만을 책임지는 연출감독을 따로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TV시리즈의 경우 장기간 방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송되는 각 회마다 그 회수에 국한하여 제작, 촬영, 편집까지 담당하는 ‘횟수감독’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보통 제작사나 투자사 등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는 상업애니메이션에 해당하는 사항이고, 독립애니메이션의 경우 한명의 감독이 작품을 담당합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제작될 작품에 적합한 제작과정과 제작기법 등을 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조화시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야 합니다.

2어떻게 준비하나요?

애니메이션 감독은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다 실력을 인정받아 감독으로 진출한 경우가 많습니다. 각종 공모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영화제 등에서 입상하여 기회를 얻거나, 단편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하다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감독의 길로 들어서게 되지요.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획안이나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감독이 되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 전문고등학교, 대학의 애니메이션 관력학과, 연극영화과, 영상학과, 영화학과, 애니메이션 학원의 감독과정 등을 통해 관련 지식을 배우고 실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실무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3이 직업의 현재와 미래는?

국내에 실력을 갖춘 애니메이터들은 많지만,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총 지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부족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독립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창작애니메이션 제작 자체의 기틀이 아직 확고히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감독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국내에 창작애니메이션이 활성화 되지 않아 제작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은 다소 열악한 편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나 영화제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애니메이션감독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또한 창작애니메이션 분야를 문화산업의 한 영역으로 인식한 정부기관과 투자자들이 있어 미래가 긍정적인 편입니다.

4한 걸음 더

한때 일본만화는 외설적인 장면과 폭력적인 분위기가 강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 혹은 모험과 환상의 세계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된 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그는 잔인하고 선정적이라는 일본만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애니메이션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분석하며,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이 있어야 함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한편,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작품에 담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그림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림실력이 뛰어나면 업무에 도움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