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말합니다. 왜 다른 어떤 종목보다 유독 야구에서는 타율, 방어율, 출루율 등과 같은 기록의 중요성이 강조될까요? 그 이유는 야구는 특성상 경기를 보지 못해도 기록만으로 유추가 가능한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야구 중계가 아닌 문자중계만 봐도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보고 경기 내용을 재구성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또한 축적된 기록만으로도 선수의 기량과 특성, 심지어 이적료 까지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을 보면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바로 현재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해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합류시키는 거죠. 마침내 기록에 기반을 둔 선수의 영입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그 선수를 영입한 단장은 다른 구단에서 거액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됩니다. 모바일기기 사용이 활발한 요즘, 뉴스나 SNS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타율, 방어율 등 다양한 데이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선수들의 활약상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스포츠를 관람하는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1어떤 일을 하나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 중에는 오답노트를 꼭 정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에 어떤 부분에서 실수나 잘못이 있었는지 되짚어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이전 경기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라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들이 경기 중에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을 얼마나 기억할까요? 이마저도 논리적인 기억이 아닌 편향된 기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스포츠기록 분석원은 각종 스포츠 경기의 모든 요소를 수치적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분석하는 사람입니다. 경기 내용과 관련된 기록을 제공하여 관중이나 시청자가 경기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예측하면서 경기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 해당 팀의 지난 경기 내용이나 상대 팀의 경기 내용을 분석한 데이터 자료를 제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감독이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 야구 등 단체종목에서 나오는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경기의 특성과 내용에 맞게 분석하고 수치로 나타나는 등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상대팀이나 선수의 기록과 전략을 파악합니다. 테니스, 육상, 수영 등의 경우에도 경기력과 기록향상을 위한 각종 분석이 이루어집니다. 스포츠 경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기록시스템과 분석기법을 개발하고 분석기법과 통계를 활용한 학문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직업은 역사가 짧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0년 전인 월드컵 경기를 통해 일반인에게 인지되기 시작했고, 스포츠기록 분석이 처음 시작된 영국도 20여 년 전, 축구 경기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연구방법을 체계화한 이래 축구 이외의 다른 종목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기록하고 분석하였으니, 20년 남짓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기의 기록을 분석하여 자료화한 자료가 상대 팀이나 선수를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면서 이들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방송국, 프로스포츠 구단이나 국가대표팀, 체육과학연구원 혹은 스포츠기록분석연구센터 등 국책연구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 일하며, 다양한 자료 분석 및 경기기록통계 등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스포츠 토토에서 이길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정보를 제공하는 민간 스포츠정보 회사가 생기면서 이곳 역시 이들의 활동처가 되고 있습니다.

2어떻게 준비하나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이나 면허는 없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 스포츠 기록분석연구기관이 많지 않고,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입직경쟁은 치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채용과정은 주로 서류전형, 면접시험, 적성평가 등으로 진행합니다. 스포츠기록 분석원의 관련 교육기관으로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 분석학과가 있습니다. 이밖에 스포츠 관련 학과나 기록정보 관련 학과에서도 스포츠기록 분석원으로서의 기초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직업 특성 상 습득해야 할 기반지식의 폭이 넓기 때문에 대학원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스포츠 기록 분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마련이 부족한 편입니다. 따라서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전문성을 갖추어 나간다면 앞으로 스포츠 산업의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기록 분석은 대부분 수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계기법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수리적인 자료를 다룰 수 있는 적성과 능력이 필요합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 그리고 영상기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특히 스포츠기록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스포츠와 IT를 동시에 아는 사람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IT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흥미가 있어야 합니다. 단지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경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기록된 자료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통찰력과 경기기록 분석을 위한 과학적 방법의 전반적인 이해가 요구됩니다.

3이 직업의 현재와 미래는?

경기의 기록을 분석하여 자료화하는 것은 상대 팀이나 선수를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감독이나 코치의 경험과 감(感)에 의해서 소속팀의 전략을 세웠다면, 요즘은 이처럼 경기를 기록하고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팀의 전력과 전술을 파악하고 대응전략을 세우는 추세입니다. 스포츠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노력은 컴퓨터 기술이 접목되면서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스포츠 기록 분석의 필요성이 부각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몇몇 스포츠 경기와 팀에 한정되어 있던 스포츠 경기의 기록 및 분석 활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향후 스포츠 기록 분석원의 전망이 밝습니다. 또한, 케이블 tv나 종합방송채널 등에는 스포츠 경기만을 전문으로 방영하고 있어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방송에서 스포츠 경기기록에 대하여 자료를 제공하고 분석하는 사람도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4한 걸음 더

‘우와!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나하나 분석한다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혹시 이렇게 생각한 분은 없으신가요? 하지만 이 역시 그저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경기 하나를 분석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5~6시간(축구의 경우)이라고 합니다. 굉장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축구에서의 세트 플레이 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10초 분량의 영상을 계속해서 30~40번 되돌려 보면서 세밀히 관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에 더해 끈기 있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부터는 스포츠 경기를 가만히 수동적으로 시청하기보다는 자신이 분석하고 싶었던 선수나 팀의 경기 내용을 직접 기록하고 분석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지식 더하기> 스포츠 경기의 기록 분석과정

우리가 TV를 통해 축구 경기를 시청할 때, 화면 상단이나 화단에 패스성공률, 볼 점유율, 특정 선수가 뛴 거리 등의 정보가 안내될 때 비교적 간단한 기록이지만, 이는 실시간으로 분석되어 제공되는 것입니다. 보통 3~4명의 분석원이 투입되어 일부는 경기분석을, 다른 일부는 특정 선수나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하게 됩니다. 반면에 상대편의 전술이나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분석의 경우 다양한 통계적 접근을 통해 좀 더 분석적인 결과들을 뽑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