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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최종수정일시:2017-11-06 20:54:20.0)
생태세밀화가

1어떤 일을 하나요?

생태세밀화가는 주로 동·식물도감이나 그림책에 들어갈 ‘생태세밀화’를 그린다. 생태세밀화가 수록 될 책이 ‘도감’이냐 ‘그림책’이냐에 따라 그릴 대상을 확보해 관찰하는 단계에서 하는 일이 달라진다. 도감의 경우, 작은 동·식물을 채집해 관찰하므로 이것들을 작업실로 가져오는 일이 많다. 그림책의 경우에는 그림과 함께 실릴 글의 주제와 배경을 연출하면서 관찰해야 한다. 관찰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는 본격적으로 도감이나 그림책에 들어갈 밑그림을 그린다. 채집이나 관찰을 위해서는 실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다. 낮에는 실외에서 동·식물을 관찰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출판일정에 맞춰 작품을 완성해야하기 때문에 마감기한이 임박하면 육체적으로 힘든 경우도 있다. 생태세밀화가는 출판사에 소속되어 작업하거나 출판되는 도서별로 출판사와 계약하는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넓게 보면 서적, 신문, 잡지 등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생태세밀화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또 생태세밀화가로서의 지식은 숲이나 동식물을 해설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숲해설가나 동식물해설가로도 활동할 수 있다.

2어떻게 준비하나요?

그림 그리는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실외에서 자연을 느끼고 직접 채집, 취재, 관찰하는 활동이 많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세밀화를 그리는 것은 장시간 고도의 집중을 요하므로 집중력이 뛰어나고 꼼꼼한 성격의 사람에게 적합하다. 동일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하다. 동·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분포하는 장소, 습성 등의 생태를 파악하여 그들이 위치한 장소에서 직접 관찰하거나 채집하는 것이 생태세밀화 작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거나 동·식물자원, 생물학 계통을 전공하는 것이 좋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태 세밀화로 활동 중인 사람들 중에는 많은 수가 회화를 전공했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동·식물학자가 도감에 들어갈 세밀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숲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식물세밀화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세밀화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민간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밀화 과정이나 일반 일러스트 과정을 통해 세밀화를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이 분야로 진출할 수도 있다.

3이 직업의 현재와 미래는?

생태세밀화가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국내는 해외와 달리 생태세밀화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고, 활용되는 분야도 유아용 책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 수요에 한계가 있고 처음 시작하는 화가는 많은 시간 동안 훈련이 필요하다.

4INTERVIEW

세밀화는 자연생명체의 또 다른 목소리

생태세밀화가 이태수 작가. “자연 속 생명체를 살아있는 듯한 그림으로 그려내는 일”, 그는 생명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이 일은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고, 공유하는 작업”라고 강조한다.


Q) 어떤 계기로 생태세밀화를 그리게 되셨나요?
A) 첫 아이에게 보여줄 그림책을 그리고 싶어 생태세밀화가란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우리 ‘휘조’가 벌써 20살이니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렀군요. 20년 동안 제가 해온 일은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 섬세하게 화폭에 옮기는 일이었어요. 이런 일을 생태세밀화 작업이라고 합니다.

Q) 사진도 있는데 굳이 그림을 그려야 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사진과 똑같다면 어렵사리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겠지요. 그림은 사람 눈으로 보고 마음을 담아서 나타내므로, 기계를 통해 표현하는 사진과는 다릅니다. 솜나물에 솜털이 천 가닥 나 있다고 천 가닥을 세서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닙니다. 그리는 이는 몇 가닥을 그렸는지 모릅니다. 그리는 이가 자연물을 본 느낌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그 느낌을 세밀화 기법을 사용하여 그리는 것이죠.
또한 생명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사진보다 그림이 낫습니다. 사진의 경우, 한곳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곳은 초점이 흐려져 뭉개집니다. 그런데 그림은 사람 눈으로 여기저기를 보고 필요한 만큼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 모두를 또렷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생명체의 윤곽을 뚜렷하게 나타내기 위해 배경을 그리지 않거나 조절해서 표현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있는 그대로가 아닌 연출을 통한 표현도 가능하지요.


Q) 좋은 생태세밀화는 어떤 건가요?
A) ‘좋은 그림’과 ‘잘 그린 그림’은 다릅니다. 생태세밀화는 그리는 이가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연으로부터 어떤 느낌, 어떤 감정을 받아서 정리해 그렸느냐에 따라 좋은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잘 그렸지만 좋지 않은 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잘 익혀서 겉껍데기를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은 속 알맹이 느낌을 잘 표현한 그림이 좋은 생태세밀화라고 생각합니다.


Q) 그림을 그리기 전, 조사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A) 외국에서는 대개 집단으로 그림 작업을 합니다. 학자로부터 이론적인 지원이나 표본을 제공받는 등 여러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달라 모든 과정을 화가 혼자 해야 합니다.
봄이면 흔히 보는 제비꽃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제비꽃, 호제비꽃,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졸방제비꽃…. 제비꽃에는 종류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많은 종류의 꽃 가운데 제비꽃을 구별할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제비꽃 가운데 가장 제비꽃다운것, 학문적으로 표본이 될 만한 것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여기저기 책을 뒤져봐야 합니다.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까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골라낼 수 있는 준비가 되면 채집을 나갑니다.

Q) 채집을 하고 밑그림을 그리기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A) 채집할 것을 발견하면 자연 상태에 있는 제비꽃을 사진으로 꼼꼼히 찍습니다. 꽃을 옮기다가 모양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화분에 뿌리 하나도 다치지 않게 옮겨 심어서 작업실로 가져옵니다. 밖에 있던 것이 실내로 오면 빨리 자랄 수도 있고, 꽃이 빨리 피고 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사진을 찍습니다. 모습이 빨리 바뀔 수 있는 꽃이나 열매를 중심으로 찍게 됩니다. 채집과 기초취재, 자료조사가 끝나면 연필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이땐 흑백으로 완벽하게 그려야 합니다. 여기서 연출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제비꽃은 같은 시기에 꽃봉오리도 있고 활짝 핀 꽃도 있고 시드는 꽃도 있고 열매도 있고 이파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장에 이 요소들을 다 그려 넣어야 합니다. 밖에서 여러 개체를 보면서 자연스런 모양으로 연출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밑그림이 끝날 때까지 일주일쯤 걸립니다.

Q) ‘관찰’ 과정이 매우 중요하군요.
A) 네. 동물이건 식물이건 간에 그 생물체를 정확히 묘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동안 관찰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생물체는 숲, 강, 도시 등 그 생명이 속한 주변 환경에 따라서도 모습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세밀화를 그리려면 사계절 내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관찰하러 다녀야 합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보고 싶어 취재를 간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 계절 따위가 늘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연을 묵묵히 바라보고 애정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생태세밀화를 그린다는 것은 정말 자연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Q)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A)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 <심심해서 그랬어>,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등이 있습니다. 최소 1년에서 길게는 5년동안 시간을 들여 완성한 책들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 말고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태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주는 강의를 하거나, 후배들에게 생태세밀화 그리는 기법을 전수하기도 합니다. 모두 자연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뜻에서 하는 일이죠.

Q) 그럼 그림 관련 공부를 하셨겠네요?
A) 어릴 때부터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림을 가까이하며 지냈죠. 그러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교 시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미대에 진학해서는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현상이 있지만 그때도 부자들이 그림을 소유하고 그들끼리 전시를 즐기는 풍토가 짙었어요. 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 방법을 모르고 있었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가 졸업 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어릴 때는 경기도 연천군 백학마을에 살았는데, 도시에서 자라는 우리 아기에게 제가 경험했던 자연을 그림책을 통해서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그림책 중에서는 도무지 마음에 차는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죠. 제가 직접 우리 애를 위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생태세밀화를 그리겠다고요.

Q) 자연그림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A)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서 자연과도 점차 멀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생명체를 구분하는 눈들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들판에 나가면 그 풀이 그 풀 같다고 합니다. 아주 다른 모양의 풀을 보면서도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개와 늑대를 구분 못하는 아이가 네발 달린 짐승은 다 멍멍이라고 하듯이 말입니다. 다른 것을 다르게 보지 못하는 것도 똑같은 모양으로 도시화 되면서 퇴화하고 있는 감각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리는 도감 그림이 생명체를 구별하는 눈을 길러 주고 자연과 친숙해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Q) 이 일만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면요?
A) 자연을 관찰하는 일은 정말 즐겁습니다. 하루 종일 관찰해도 지겹지가 않아요. 자연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이 없어요. 모든 장소, 모든 시간에서 그 모양이 달라져요.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죠. 생태세밀화를 그리려면 제가 좋아하는 자연을 항상 관찰할 수 있잖아요.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Q)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2008년 가을,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라는 그림책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어요. 땅속에서는 지렁이가 겨울잠을 자고, 지상에서는 무당벌레가 겨울잠을 자는 장면을 그리고 싶었죠. 그래서 무당벌레를 채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낮 갑자기 제 작업실 담벼락에 무당벌레들이 몰려들었어요. 제가 필요한 그 시점에 몰려들었단 것도 신기했고, 무당벌레가 담벼락에 잔뜩 붙어있는 광경도 정말 장관이었죠.
무당벌레는 본래 모여서 사는 곤충은 아니에요. 그런데 알고 보니 겨울잠을 자기 직전, 서로서로 모여서 겨울잠 자는 장소로 이동한다고 하더군요. 마침 제 집 담벼락이 무당벌레가모여서 이동할 때 잠시 쉬는 곳이 되었던 거더라고요.
그때 무당벌레를 보면서 느꼈던 그 감동이 마음에 깊이 남아 그 다음해에 무궁화나무에 사는 무당벌레에 관한 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알이 1령, 2령, 3령의 애벌레가 되고, 번데기가 되고, 날개가 나오고, 무당벌레가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관찰하고, 지금은 그림 장면을 구상해 놓은 상태입니다.

Q)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한테 조언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말고 발로 걸어 다녀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세상이 점점 도시화되고, 정보화 사회로 바뀌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일하는 것을 점점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자료검색을 한다고 컴퓨터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뒤지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컴퓨터 안에서 뒤진 자료가 진짜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실제로 보고 느낀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가끔 후배화가들이 엉뚱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 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발로 뛰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자연을 내 몸 가까이하고 자연현상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담당부서 : 미래직업연구팀
담당자 : 이랑, 이유진 (1577-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