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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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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널리 이름을 알린 직업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일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꿈을 찾고 미래를 계획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워크넷이 만난 사람들 - 영화제작자 강혜정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

국내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베테랑>.

1천 3백만을 훌쩍 넘긴 관객몰이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베테랑은 남편은 감독, 아내가 제작사 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인 부부’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류승완 감독의 아내인 강혜정 대표는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의 대표로서 그동안 <베테랑>을 비롯해, <베를린>, <부당거래>, <해결사>, <짝패> 등의 영화 제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최근, 인류애를 바탕으로 기획된 신작 <군함도>의 제작으로 영화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그녀를 만나보았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영화감독의 아내 동시에 영화사를 이끌고 있는 강혜정 대표. 어린 시절 영화에 대한 별다른 추억 하나 없던 그녀가 영화계에 몸담게 된 계기는 우연이자 운명이었다. 1993년 대학을 갓 졸업한 어느 날, 우연히 길가 전봇대에서 팔랑이고 있는 전단지 문구에 시선이 끌렸다. ‘당신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협의회가 진행하는 워크숍 광고였다. 이 광고에 묘하게 끌려 수강을 하고 영화 찍는 법을 처음 배웠다. 그녀는 워크숍에서 영화 제작을 배우면서 남편을 만났고, 영화가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한국영화를 방화라고 불렀어요. 헐리웃 영화에 비해 후진 영화 취급을 받았지요. 동시에 훌륭한 선배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고요. 어쩌면  제가 좋은 타이밍에 발을 담그게 된 거죠. 처음에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1995년부터 영화사에서 외화 홍보,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2000년에 들어간 ‘좋은영화사’에서 <숨바꼭질>을 만든 김미희 대표님을 보면서 제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2005년, 십년간의 영화 홍보와 마케팅 등 영화제작 전반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외유내강’ 영화사를 설립했다. 이후 류 감독이 연출하거나 각본에 참여한 영화의 뒤에는 언제나 그녀가 자리해왔다. 

강대표에게 영화제작자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영화제작자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죠? 간단히 말해 영화를 재미있게 연출하고 구성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라면, 제작자는 감독의 컨디션을 최고로 만들어 주기 위해 자본과 캐스팅에 관한 비즈니스를 맡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기획부터 유통, 수익 배분까지 총괄하고 책임을 지는 거죠. 영화와 관련된 법률적, 경제적 문제도 제작자가 해결해요. 예를 들면 배우와의 소송 문제라던가 저작권 문제처럼요.” 

얼핏 듣기에도 책임이 막중하다. 더군다나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기에 더욱 고단했을 터!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다는 걸 위안으로 삼는다. 

강대표가 영화계에 뛰어든 지도 올해로 22년째, 어느덧 충무로의 중견 제작자가 됐다. 그동안 남편 류승완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감독으로 성장했고, ​영화 제작을 둘러싼 환경들도 쉼 없이 변해왔다.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 영화 시장이죠. 3년간 기획해서 만든 영화가 수, 목, 금 3일 예매율로 판가름 나는 세상입니다. 그럴 때 가끔 허무할 때가 있어요. 꼭 흥행스코어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관객도 정말 즐기고 좋아할지, 예매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불안하고 초조하죠.”

흥행에 참패해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있었다. 2009년 제작한 영화 <다찌마와 리>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70%였다. 강남사무실 월세를 못내서 보증금을 다 날리고, 집기만 겨우 들고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친정아버지가 말기 암판정을 받아 슬픔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였다. 다행히 그해 여름에 류 감독이 CF를 찍어 암사동 사무실을 얻었다. 당시 이 영화부부는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제대로 만들어야한다는 절치부심으로 영화 <부당거래>를 내놓아 전환점을 맞았다. 그 뒤로 ‘베를린’, ‘베테랑’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처음에는 수익을 우선으로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익(실리)과 명분을 같이 만족시키는 영화를 희망하게 되었다. “그런 작품을 만들려고 굉장히 애쓰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지만 쉽지 않죠. 저는 재미있지만 관객의 생각은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춘 영화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려운 일 같아요.” 군함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현재,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작품 중에는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 “그 동안 늘 숙제처럼 품고 있던 건데, 당시 고통 받았던 할머니들께서 계속 별세하셔서 자꾸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그럼에도 일본의 태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고요.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해줄 영화를 만들려고 해요.”  

20~30대들의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는 영화도 기획중이다. 존재감 없고 기죽어있는 한 젊은이가 재난 속에서 가족과 이웃을 구하는 줄거리이다. 재난영화의 공식을 깨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경쾌하게 그려갈 예정이다.

영화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그녀의 답은 명료했다. “영화는 일단 재미있어야 해요. 시나리오에서 재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기본적인 캐스팅과 투자를 받아내기가 어려워요. 그게 통과돼야 모든 게 시작되잖아요. 그다음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요.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좀 갖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낳으면서 그게 더욱 강화되었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영화는 특히 불안한 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도전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제 좀 살만하지 않냐는 농담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영화는 모든 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항상 불안하죠.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죠. 사실 영화 찍어놓고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10편을 기획한다면 실제로 개봉까지 가는 건 20~30% 정도에요. 나머지 7~8편은 그냥 접는 거죠. 언젠가 할 수 있을 거라고 항상 말은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획일화된 공정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스태프, 배우들하고 작업을 하기에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 긴장감을 즐긴다. 제작한 영화가 인정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강대표. 그녀가 이일을 잘 하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개인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리는 것이다. 가정이 안정되어야 일에서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일만하지 말라고 강조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결혼도 하고 결혼했으면 아이도 낳아야죠. 조건부터 갖춘다고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루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행동하고 그다음 부족한 부분을 갖춰나가면 되는 거죠.”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꼭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할 필요는 없다. 강대표가 영화계에 몸담으려는 후배들에게도 늘 힘주어 말하는 게 있다. “자기가 구현하고 싶은 세계나 인물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석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은 영화과에서 가르치지 않아요. 책 특히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하죠. 그리고 현장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보세요. 주변에 영화는 하고 싶은데, 현장 상황이 고달파서 포기하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자기 가능성을 찾는 것도, 꿈을 현실화시키는 힘도, 내가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도 다 현장에 있어요. 그러려면 현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겠죠?”

영화제작자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로는 ‘잘 듣는 능력’을 꼽았다. 스태프들 그리고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직관력, 통찰력 등을 꼽았지만 경험치가 쌓일수록 듣기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이것은 비단 영화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와 일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정말 간절하게 의도해서 의식을 깨워 잘 듣고 이해할 때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으며, 영화제작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강대표의 꿈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흥행 실적과는 다른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의 영화가 이거에요’라는 영화, 그들의 삶에 영감과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 제작자로 남고 싶어요.”

담당부서 : 미래직업연구팀
담당자 : 이랑, 이유진(1577-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