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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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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넷이 만난 사람들 -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말과 글로 음식 맛을 그려내는 언론인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한국의 음식과 맛에 관한 독보적인 전문가 황교익. 사람들이 ‘미식’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90년대 초부터 맛칼럼을 써온 대한민국 제 1호 맛칼럼니스트이다. 음식 방송에서 정보에 신뢰를 더해주는 전문가로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는 음식 분야 언론인으로서 대중들이 보편적이고 정상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맛칼럼니스트’라는 명칭은 황교익이 한 잡지에 음식에 대한 글을 연재하면서 담당기자가 처음 붙여주었다. 그때 한글에 영어를 조합한 이 이름이 무척 생소하고 어색했지만 결국 그의 평생 직업명이 되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시인을 꿈꾸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시집을 읽으면서 자신에겐 그와 같은 천재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시인의 꿈을 접고 진로를 바꿔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농민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농산물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회사에서 보내준 연수를 통해 평생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1992년에 일본으로 연수를 가서 보니 일본은 음식을 주제로 한 방송, 만화가 굉장히 많았어요. 곧 우리도 그런 날이 오겠다 싶어 음식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죠.”

음식전문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주변에서 비웃고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안정된 직장에서 음식에 관련된 청탁원고를 쓰면서 미래를 차근히 준비했다. 마흔이 되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음식 전문 글쟁이’로 나섰다. 그런데 그때는 음식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쓰는 칼럼니스트라는 직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맛칼럼니스트 일 하나로 먹고살기 시작한 건 한 7~8년밖에 안 된다. 그때까지는 농업컨설팅이나 연구용역 같은 다른 일들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음식에 대한 글을 놓지 않았다.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계속 밀고 나갔죠. 지금 사람들이 나를 불러주고 찾아주는 건, 이런 끈질긴 노력을 인정해줬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언젠가는 된다’는 믿음 하나로 버티기를 10여 년. 드디어 우리 사회에도 미식, 외식 열풍이 불었고, 음식에 대한 전문 지식이 풍부하고 글 솜씨와 말발을 지닌 그를 부르는 곳도 많아졌다. 2001년 ‘맛집 열풍’을 이끌었던 MBC <찾아라! 맛있는 TV> 자문이 그 시작이었다. 여섯 달 정도 담당 PD와 매일 만나 새로운 형식의 음식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음식과 맛에 대한 전달자는 연예인이었다. 전문가는 TV에 ‘자문’이라는 자막으로만 등장했다. “이때는 일반인이 방송에 나가서 맛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중의 집중을 받지 못한다고 봤거든요. 이 시기가 10년 정도 지속됐죠. 그러다 요리사,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의사를 거쳐서 음식 글쟁이한테까지 왔어요.” 

음식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의 글엔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글을 쓸 때 하나의 생각만 전달되면 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온통 집중하니까 남들과 다른 글이 나오는 거죠.” 싫어하는 음식도 직업이기에 기꺼이 찾아서 먹는다. 하지만 자신이 미식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식가가 맛칼럼을 잘 쓸 가능성은 적어요. 그들은 자신의 기호가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착각하고 편협해지기 쉽기 때문이죠.”

그런데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적 관점에서 맛을 이야기한다는 게 어렵지 않은지 궁금했다.  “나는 맛을 느끼는 대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맛의 논리를 세우는 사람이에요. 내가 정립한 요리의 개념은 ‘재료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린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인거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떡 고유의 맛보다는 양념에 치중한 떡볶이를 맛있다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의 맛이 관능적인 기호인지,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당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환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맛 칼럼니스트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거나 맛있는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던 TV 요리 프로그램은 먹방·쿡방 열풍을 타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음식을 다루는 전문 언론인으로서, 음식 방송 열풍을 지켜보는 마음도 남다를 듯했다.  “초반에는 음식 프로그램에서 음식 먹는 장면을 직접 안 보여줬어요. 요리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먹음직스럽게 세팅된 음식을 보여줬죠. 그런데 지금은 정면에서 입을 클로즈업해줘요.” 

그는 그것을 ‘쾌락 총량의 법칙’으로 이야기한다. “맛있는 음식, 재미있는 영화, 즐거운 여행 등 누구나 매일 채워야 하는 쾌락의 총량이라는 게 있는데, 이 쾌락의 총량이 채워져야 밤에 잠이 잘 와요, 그런데 음식에서 얻는 쾌락도 다 채우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죠. 그것을 먹방을 보면서 해소하는 거라고 봐요.” 그래서 사람들이 쾌락을 잘 즐기면서 살고 있는지 열심히 들여다보려 한다. 보편적이고 정상적으로 쾌락을 채울 수 있게 도와주는 문화적인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가 여러 음식 프로그램에 기꺼이 ‘자문’으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식 관련 언론인으로서, 프로그램에 중심을 잡기 위한 그 나름의 노력이다. 

“어떤 작은 방송의 작가라도 나한테 전화해서 조언을 구하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해주죠. 돈 한 푼 안 주지만,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바른 정보가 전달될까 싶어서 하는 겁니다.”


그는 음식문화를 바꾸는 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음식물쓰레기 치우는데 연간 수조원이 든다고 해요.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문화는 이제 버려야 해요. 비위생적으로 반찬을 함께 먹는 상차림도 바뀌어야 하고요.” 그의 캠페인에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더 나아가 ‘천일염이면 무조건 좋다’ 는 식의 식재료에 관한 고정관념도 깨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앞으로 잘못된 신앙처럼 굳어진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시나브로. 그러나 지속적으로 깰 예정이다. 

맛칼럼니스트로서 밖에서 하루에 여러 끼의 음식을 맛보아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솔직히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쉽게 지칠 수 있는 후각이나 미각 등 감각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 자신만의 일리 있는 논리로 되돌아보면서 음식에 대한 글을 제대로 쓰려고 항상 노력한다.

어떤 영역에서 전문가라고 인정을 받는 시점은 최소한 10년은 되어야 한다. 때문에 젊은이들이 일을 찾을 때 지금 당장의 대우보다는 적어도 10년 후에 자신의 일이 충분히 사회적으로 인정받을만한가 깊이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나는 아무도 하지 않는 영역을 스스로 개척했어요. 이미 만들어진 영역에 들어가면 기존의 영역에서 쌓아올린 사람과 경쟁해야 되는데 내가 만든 분야에서는 경쟁자도 없으니 제가 1등이 되는 거예요.”

그가 처음 만든 맛칼럼니스트의 영역은 이미 포화상태다. 앞으로는 더욱 세분화해야만 승산이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는 공간의 인테리어나 음악, 식기, 조리도구 등에 관해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전문가가 아직 없다. 음식에 관한 분야를 더 잘게 쪼개어 그 중 한 가지 분야를 10년 정도 전문적으로 깊이 파고든다면 미래가 밝지 않겠냐고 말한다. “나는 이미 늦었지만 젊은 여러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본격적인 레스토랑 비평가 등 음식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오길 바랍니다!”

담당부서 : 미래직업연구팀
담당자 : 이랑, 이유진(1577-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