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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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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널리 이름을 알린 직업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일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꿈을 찾고 미래를 계획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워크넷이 만난 사람들 - 극지과학자 이유경

지구의 끝에서 미래를 연구하는 과학자

 

남극과 북극은 지구 기후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지의 기후는 지구 전체의 기후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래 기후변화를 아는데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더욱이 사람의 영향이 적고 지구상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서 좋은 연구환경에 속한다. 이곳에서 극지과학자 이유경 박사는 남극과 북극이 과거에 어떤 곳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를 연구한다.

“극지연구소에서는 육지를 연구하는 지질학자, 대기를 연구하는 대기과학자,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학자, 생물을 연구하는 생명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모여 극지 환경을 연구합니다. 저는 2003년부터 매년 북극을 방문해 북극 툰드라 생태계가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떻게 변하는지, 빙하가 사라지고 새롭게 드러나는 육상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유경 박사는 현재 국제북극과학위원회 실행위원, 국제 연구동토층협회 한국대표를 맡아 북극과 관련된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북극을 알리기 위한 책을 쓰고 북극지식센터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북극지식센터에서는 북극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북극과 관련된 소식과 연구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유경 박사가 과학자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중학교 때였다고 한다. “우연히 과학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수업이 끝나면 매일 실험실에 가서 실험을 했는데 3년 동안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실험을 하면서 과학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과학이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했죠.”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입학한 뒤에는 너무나 뛰어난 친구 틈에서 방황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분자세포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홍조류의 성(性)분화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도 수행했다.

“홍조류를 연구하다 보니 해양생물을 연구하게 됐고 해양생물에 대한 연구는 박테리아 연구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극지연구소로 오면서 극지의 미생물을 연구하게 되었죠.”

극지에서의 일과는 매우 빡빡하고 부지런하게 진행된다. 극지로의 출장기간은 대개 2~3주 정도인데, 연구에 효과적인 시기에 현장을 방문해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현장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샘플을 채취하고 돌아와서는 저녁식사 후 연구에 용이하도록 밤 12시까지 샘플을 정리한다. 사람들은 북극이 바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연구를 위해 가능 곳은 툰드라 육지여서 원주민들도 살고 있다고 한다.

 “제가 가는 툰드라 육지는 겨울엔 굉장히 춥지만 여름엔 0도~5도 정도로 견딜 만합니다. 북극에 갔을 때 가장 겁나는 존재는 북극곰이었는데요, 다산기지 근처에 곰이 자주 나타나고 사람이 죽기도 했습니다. 곰에 대비해 총기 훈련도 받았습니다. 기지가 없는 곳에서는 연구자들이 용변을 보는 것부터 물을 마시는 것, 토양샘플을 보관하는 것까지도 어렵습니다.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며 딱딱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다반사입니다. 보트가 없어서 현장에서 채취한 무거운 토양 샘플들을 등에 지고 숙소까지 한 시간 이상 걸어올 때도 있습니다. 극지의 극성 모기들에 시달리는 것은 일상입니다. 모기들이 많이 나오는 날에는 양봉장 모자를 쓰고 다닐 정도죠.”

 
이유경 박사는 여전히 연구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적극적으로 찾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계 전체를 연구하다보니 통계학이 필수가 되었고, 생물학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게 매우 중요해져서 통계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최선을 다 합니다. 예를 들어, 북극지식센터라는 사이트를 만들 때도 어린이부터 과학자, 정책관계자 등 어느 누가 들어와도 자료를 가져갈 수 있도록 정성을 들였습니다.”

남들이 몰랐던 것을 새로 발견할 때 느끼는 보람은 어떨까? 오랜 연구활동에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은 보람으로 이어진다.

“저 역시 남들이 몰랐던 것을 새로 발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다산기지에서 여러 가지 미생물들을 배양하다보면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을 발견하게 되고, 그때 다산이라는 우리 이름을 속명으로 붙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속을 만든 것이죠. 그럴 때 정말 기쁩니다. 새로운 사실을 논문에서 읽으면서 자연을 이해하게 될 때도 재밌습니다. 극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저에게는 모두 관심사죠.”

우리나라는 북극권 국가가 아니어서 아직까지는 북극에 관한 연구를 이끌어나가는 수준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연구자 수도 적고 상주하는 연구자도 없다.

“봄에는 대기팀, 여름에는 생태계 생물 연구팀, 가을과 겨울에는 고층대기 연구팀이 때에 맞춰 방문합니다. 출장비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과제가 있어야만 다산기지에 갈 수 있지요.”

그래도 우리나라는 최근 북극이사회나 북극과학위원회와 같은 조직에서 핵심적인 일을 맡고 있으며, 미국, 일본,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북극 연구 선진국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다.

“북극은 색다른 환경 속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재미있는 곳입니다.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곳으로 개발과 관광 등 일을 해줄 사람이 많이 모자라죠. 예를 들어, 땅이 녹고 있어 도로와 건물 등의 안전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고, 허브공항을 세우기에도 좋은 지리적 위치입니다.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외교, 경제, 탐험, 환경보호, 건축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극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래를 설계할 때도 한반도에만 국한하지 말고 남들이 가지 않는 극지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극지과학자로 활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과 자질은 무엇일까? 추위에 강해야 하는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을까?
“극한 생활에서 오랫동안 씻지 못하고 추운데서 고생할 때도 많아서 자연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연구자로서 궁금한 점을 풀어보려는 노력과 호기심이 필요하죠. 왜? 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고 성실하게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좋은 극지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유경 박사의 과학자로서 최종 목표는 우주에도 생물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동토 북극을 연구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화성을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화성에 과거 외계 생명체가 있었다면 최소한 땅속에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요? 극지연구가 그런 궁금증과 아주 관련이 깊습니다. 산소와 물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화성과 극지는 추워서 얼어있는 동토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합니다. 그 동토를 뚫어 샘플을 채취한 뒤 미생물 등을 조사하는 방식은 같지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조만간 화성에서 토양을 파서 흙을 가져오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텐데 그 샘플을 저도 분석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나라 과학자들에게 한국에서 하는 연구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교류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이유경 박사. 더불어 은퇴 후에는 교육과 관련된 봉사를 하며 이웃과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극지연구소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다산 주니어 프로그램’은 전액 연구소 지원으로 현장에 나가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지원하려면 실험계획서를 써내야 하는데 이 자체가 굉장한 공부가 된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아주 쉬운 실험이라도 직접 해보기 바랍니다. 직접 실험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보고, 실험을 준비하고, 실험을 하고, 실험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보고, 결과보고서까지 써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신감과 도전입니다. 누구나 각자의 재능이 있습니다. 자기 속에 장점을 자꾸 격려해주면 잠재력이 자라납니다.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계획을 세우고 온 것은 아닙니다. 해조류, 미생물, 생태학까지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야 할 때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해왔습니다. 도전에 익숙하지 않다고 미리 포기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기 바랍니다.”


<주요 직업 정보>
극지과학은 특정 학문 분야가 아니라 극지라는 지역이 연구대상이다. 때문에 지질학, 생명과학, 대기과학, 해양과학, 환경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연과학과 공학 전공자가 활동할 수 있다. 극지과학자가 되려면 박사학위 또는 동등 수준 이상의 자격이 필요하며 다양한 연구에 참여해 관련 논문을 저널에 제출하는 등 연구 경력을 쌓아야 한다.
극지과학 관련 연구소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세종과학기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북극다산과학기지, 쇄빙연구선 아라온 등 남극과 북극의 대형 극지 인프라를 갖추고 다양한 연구를 수행한다. 극지는 매우 춥기 때문에 현장 연구는 대부분 늦봄부터 여름, 가을철에 이루어진다.

담당부서 : 미래직업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