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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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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널리 이름을 알린 직업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일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꿈을 찾고 미래를 계획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워크넷이 만난 사람들 -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유영규

단순함의 미학! 행동하는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유영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영규. 그는 지금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제품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줄줄이 발표하고 있는 홀로렌즈, 엑스박스 등의 최첨단 제품들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제주 출신의 디자이너인 그가 한국을 넘어 세계 디자이너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20년 전 삼성전자의 일명 깍두기폰이라는 모바일폰이 있었다. 디자이너 유영규의 첫 번째 디자인 제품으로, 삼성 모바일폰 역사상 처음으로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되었다. 그는 이 제품에 단순함의 미학이라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담았다. 당시 경제가 좋지 않았던 IMF 시기인데다가 디자인이 너무 단순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제품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 삼성만의 절제미로 기존 장년층의 선호브랜드였던 애니콜을 젊은 층으로 확산시켰다. 또한 단순한 디자인이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매우 중요한 계기와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이후부터 소비자접점에서 제품, 전시까지 감성적이면서 일관성 있는 경험디자인을 접목시키면서 결정권자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았던 단순한 디자인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그로인해 좀 더 매력적이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제품과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그만의 디자인철학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그를 해외 동료디자이너들은 ‘Doer’ 라고 부른다. 행동하는 디자이너, 발로 뛰는 디자이너라는 뜻이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유영규 디자이너는 어렸을 적부터 미적 감각이 뛰어났다. 특히 여러 가지 제품들의 디자인에 흥미가 있었지만 막상 제품 디자이너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대학도 그래픽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그런데 ()이기후 교수님의 인상적인 제품디자인들을 접하면서 산업디자인 전공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픽을 전공하면 이렇게 멋진 제품디자인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산업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었죠.”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해외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학연수를 위해 벤쿠버로 갔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동안 꿈꿔왔던 나이키 본사(비버튼)에서 하루 종일 면접을 보고 최종 오퍼를 받게 되었다. 나이키라는 회사를 다닌다는 건 마치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전 세계의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모두 모여 양산품을 만들기 위해 서로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TV로만 봐 왔던 유명한 운동선수들이 나이키 캠퍼스에서 테스트를 받고 이런 결과들이 디자인에 반영이 되는 게 매우 흥미로웠어요. 이후 나이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트라이엑스 타이밍 제품디자인에 참여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때 참여했던 특허는 아직까지 나이키의 핵심제품에 사용 중입니다.” 


그는 나이키 재직 중 LG전자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받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LG 와인폰을 디자인했고, 그 후 산업디자인뿐만 아니라 더 폭넓은 분야까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아이리버로 옮겨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을 맡았다. 2년 후, ‘아이리버는 곧 디자인이라는 공식이 생겨날 정도로 좋은 이미지가 생겨 전 세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협업 제안도 들어왔지만, 꼭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 엔지니어링 지원, 에코시스템의 부재로 소비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디자인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고자 그는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인 클라우드 앤코를 창립했다. 클라우드 앤코는 수익보다는 가치를 실현하고 개인적으로 도전하고 싶었던 디자인과 좋아하는 브랜드들과 같이 협업 하는 스튜디오입니다. 오픈하면서 무인양품의 디자인을 시작으로 독일 아우디, 핀란드 슈퍼셀, 월트디즈니, 미국의 쿠퍼휴잇디자인 뮤지엄 등 국내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해외굴지의 기업, 해외 스타디자이너, 뮤지엄 등과의 협업과 컨설팅을 이끌어 내게 되었습니다. 특히 월트 디즈니와 협업은 최근 개봉한 스타워즈, 베이맥스등의 제품들을 우리의 철학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을 의뢰 받아서 디자인을 진행했죠. 그 성과로 글로벌 플래그쉽 스토어 디자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해외 유명스타디자이너인 제스퍼모리슨이 참여하는 전시에 초대받아 전시를 밀라노와 일본에서 하였고, 전세계 63명의 아티스트, 디자이너, 패션, 건축가가 참여하는 전시를 뉴욕 쿠퍼휴잇 디자인뮤지엄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 스튜디오만의 멘토링에 함께했던 엔트리 디자이너들은 지금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오퍼를 받고 글로벌기업에서 핵심디자이너로 근무 중입니다.” 

 


디자이너로서 기술과 여러 혁신을 기반으로 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두 번째 연락이 왔다. 마침 그 즈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혁신의 길로 들어설 때였다. 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끌린 이유는 제 호기심을 자극했던 키넥트란 제품과 기존의 디자인과 다른 심플한 메트로 UI’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이정도면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된듯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운 좋게 홀로렌즈와 최신 엑스박스 디자인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엑스박스는 워낙 오랜 역사를 가진 제품이기 때문에 고유의 디자인을 버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제품 자체의 좋은 DNA를 이어가면서 어떻게 변화를 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결국 답은 게임과 라이프스타일의 조화에서 찾았다

 


 

홀로렌즈는 세상에 한 번도 없던 제품이었기에 디자인 방향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프로젝트였다. 이전에 타사 제품들의 폼펙터들이 가지고 있는 세련되지 않은 형태들을 바꿀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깨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는 2000년 초 잉골쉬타트 아우디 모바일 뮤지엄에서 봤던 아우디 TT’의 미래적이면서 심플한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인체공학적이면서도 쿨하고 멋진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5년여에 걸쳐 수많은 전문가들과 많은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들어낸 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역사상 최고의 디자인과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상을 바꿀 제품으로 업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이 발표되고 난 뒤 평가가 굉장히 좋아 기쁘고 뿌듯했다고 한다. “영광스럽게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디자이너 4에 선정되었으니 몸이 좀 힘들더라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즐겁게 활동할 생각입니다.”  

그는 지난 5년간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앤코의 일을 병행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일을 마치고 저녁부터는 한국시간에 맞춰 클라우드앤코 일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가 하고 싶은 일들을 위주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오히려 디자인에 활력이 생기기에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끌고 나갈 계획이다

그는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였던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아이리버에 있을 때 우연히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바쁜 스케줄 때문에 다음 미팅 전까지 얼마간의 시간동안 서로의 디자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디자인에 대한 열정에 공감하고 이후 스케줄을 취소하고 긴 시간 동안 저와 많은 이야기를 이어갔죠. 이후에는 무인양품 디자인을 의뢰해주었고, 디자인 협업으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디자인철학이 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특히 군더더기 없는 엠티니스라는 디자인철학은 이후 제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그의 철학은 오래 사용해도 가치를 잃지 않고, 이유가 있는 심플한 디자인이다. 언제부터인지 산업디자인이 지나치게 불필요한 장식들로 치장되고, 너무 트렌디한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쉽게 질리게 되어 그만큼 제품으로서의 생명력이 짧다. “‘이유가 있는 심플한 디자인은 사용할수록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시장에서 계속 사랑받는 제품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그는 디자인 과정에 정성을 쏟는 동시에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에도 무척 공을 들인다. 특히 사람들이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작은 디테일까지도 집요하게 신경을 쓰는 건 그 디테일을 발견해 감동을 느끼는 단 몇 명의 눈 높은 소비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동은 그 제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자 충성도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동안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왔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일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디자이너의 특권 중 하나가 일과 취미,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하고 싶은 디자인이 있다면 어디를 막론하고 전 세계를 누볐고, 연봉이나 비용에 상관없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면 좋은 디자인을 위해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디자인을 본업으로 할 후배들이 프로젝트나 회사를 고를 때 돈이 아니라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한다면 더 큰 결과로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디자인의 가치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나쁜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고 이런 결과는 좋은 프로젝트를 하는데 제약이 될 수 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디자이너로서의 수명을 단축시키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상대해야 합니다.”면서 실력이 뛰어난 한국의 후배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실력을 믿고 해외에 도전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도 덧붙였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하는 유영규 디자이너. 그가 그 동안 걸어온 길보다도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욱 빛나고 값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담당부서 : 미래직업연구팀
담당자 : 이랑, 이유진(1577-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