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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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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널리 이름을 알린 직업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일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꿈을 찾고 미래를 계획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워크넷이 만난 사람들 - 뇌공학자 임창환 교수


Beyond the Work을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만나볼까요?(클릭)]

 

아래 인터뷰 내용은 웹진 ‘Beyond the Work’ 2024년 10월호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BCI 핵심 기술력은 세계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다만 부족한 것은 흩어져 있는 기술을 꿰어 보배를 만들려는 시도다. BCI 연구의 최전선에서 20년 가까이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임창환 센터장에게 뇌공학연구, BCI 연구의 현재를 듣는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뇌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뇌공학자 임창환입니다. 저는 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이면서 한양대학교 뇌공학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창환 교수의 모습


올해 초 뉴럴링크의 텔레파시가 공개되며 BC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BCI, -컴퓨터 인터페이스에 대해 알려주세요.

BCI(Brain Computer Interface)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의미합니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생각만으로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 생각만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입니다.

 

BCI 기술은 우리 삶에서 어떻게 쓰이게 되나요?

일단은 외부와 의사소통이 닫힌 장애인들이 생각만으로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바깥으로 벗어나 있던 분들이 다시 사회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이 더 발전하면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보지 못하는 분들이 새로운 눈을 찾게 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분들이 새로운 귀를 얻게 되는 쪽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 중 일부. 뇌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음


국내 BCI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요즘 BCI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은 뉴럴링크나 싱크론 같은 해외 기업들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기업들에 비해 국내 BCI 기술 수준이 약간 떨어져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BCI 핵심 기술은 대부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기술들이 한데 모여 제품으로 만들어져 실제 적용 대상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그런 계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구심점이 있어서 회사가 만들어지거나 정부의 연구 지원이 필요합니다. 다행인 것은, 국내에서도 흩어져 있는 기술들을 한데 모아 뉴럴링크나 싱크론 같은 회사, 상업화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는 겁니다.

조만간 우리나라 BCI 기술력이 해외 기술을 따라잡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양대 뇌공학연구센터에서 현재 연구중인 BCI 과제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뇌공학연구센터에는 약 열 명 정도의 교수님이 제각각 다른 분야의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그만큼 뇌공학의 범위가 아주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예를 들면, 우리가 뇌 신호라든가 영상을 이용해 치매를 진단하는 것부터 뇌에 자극을 가해 여러 뇌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 여기에 필요한 장치들을 몸 안에 삽입하기 위한 통신 기술, 체외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연구팀들이 서로 팀을 이뤄 국가과제를 수행하기도 하고, 회사를 창업해 상업화를 시도하고 계신 교수님도 계십니다.

 

센터장님께서는 BCI 기술 중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저희 연구실은 BCI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수술을 통해 뇌에 칩을 삽입해 뇌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침습형 BCI 기술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머리 바깥에서 측정이 가능한 뇌파나 빛을 이용해 뇌 활성도를 관찰하는 근적외선 분광 방식 등으로 간적접으로 뇌 신호를 측정·분석해 사람의 의도와 감정, 뇌 상태 같은 것을 읽어내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루게릭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시스템, 사용자의 감정이나 뇌 상태를 읽어서 학습이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분야에 적용하는 기술 등을 연구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침습적인 방식으로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어서 그런 분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침습적인 방식의 BCI까지도 연구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뇌공학연구센터에서 연구중인 감성 BCI(affective BCI), 감정인식 분야에 대해 좀더 알려주세요.

최근 들어 사람의 뇌 상태, 그중에서도 특히 뇌파 생체 신호를 이용해 사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기술이 다양한 실용 분야, 응용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우리가 게임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을 반영해 캐릭터의 능력이나 움직임 등을 바꿔줄 수 있겠죠. 또 비대면 면접 상황에서 면접 대상자의 감정 상태를 읽어 평가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요.

가장 효용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되는 분야는 비대면 정신건강진단 상황에서 환자의 감정을 좀더 정확하게 읽고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 외에도 감정과 연관되어 있는 제품을 평가할 때, 제품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을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유튜브 영상 중 일부. 뇌와 뇌파를 시각화한 이미지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BCI 기술 연구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BCI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뉴럴링크입니다. 뉴럴링크의 기술은 전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뉴럴링크 이전에도 이미 20여 년 전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BCI 실험들이 이뤄져 왔습니다. 그런 실험들이 주로 연구실 수준에 머물렀다면, 뉴럴링크의 기술은 실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 상업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가 예상하기로는 2029년 정도가 되면 전 세계 1만 명 정도의 머릿속에 뉴럴링크가 만든 텔레파시 칩을 삽입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5~6년 후부터는 우리 주위에서 뉴럴링크 칩을 머릿속에 삽입한 사람, 장애로 인해 사회활동을 하지 못했던 분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겠죠.

 

뇌에 칩을 삽입하는 침습형 BCI 기술의 경우, 아직 안정성과 부작용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또한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할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센터장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뉴럴링크는 작년에 FDA 승인을 받아 올해 인체 대상의 실험을 시도해 2명이 칩을 삽입했습니다. FDA에서 임상시험 허가를 해줬다는 사실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보다 이 기술을 적용해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에만 FDA에서 허가를 내주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 기술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정상인이 얻을 수 있는 이득, 예를 들어 칩을 삽입해 인지기능을 개선시킬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부작용의 가능성을 극복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직 윤리적인 문제는 적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 먼 미래에 이 기술들이 인위적으로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로 활용될 때, 국가나 기관이 일반인들에 대한 기술 적용을 막는다 하더라도 불법적인 시술을 받게 되는 상황은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는 사회적 문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국가시험을 치룬다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사회적인 불공정 논란이 발생할 수 있겠죠. 따라서 사회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영상의 일부. 다리에 장비를 부착하고 걷는 연습을 하는 사람의 모습


BCI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 인류의 삶은 어떤 변화와 혁신을 맞이하게 될까요?

보통은 BCI 기술을 얘기할 때 정상적인 사람의 뇌에 BCI 기술을 적용해 능력을 증강시키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상상합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정상인에게 BCI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적용됐을 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사지마비 장애인들이 이 기술을 통해 잃어버렸던 팔과 다리를 얻게 되는 것은 물론,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분들이 이 기술의 도움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애로 인해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겠죠. 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부터 전체적인 산업 생산성 등도 향상될 것이고,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BCI 기술을 활용한 치매, 파킨슨병 치료방법도 개발되고 있나요?

현재 뉴럴링크나 싱크론 같은 기업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기술은 치매나 파킨슨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기술은 아닙니다.

 

하지만 뇌에서 신호를 읽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은 역으로 뇌에 전기 자극을 줘서 사람의 뇌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술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BCI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 같은 경우는 이미 심부뇌자극이라는, 뇌의 깊은 곳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줘서 파킨슨 질환 증상을 완화시키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치매의 경우에도 최근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기술 중 하나가 해마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 USC대학에서 개발 중으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변환시켜주는 해마라는 기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치매에 대해 해마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일종의 전자해마를 만들어 삽입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치매 환자들의 삶의 질을 훨씬 높일 수 있겠죠.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등에서 뇌공학을 공부한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펼쳐지나요

센터에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사실 BCI는 분야는 일종의 종합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특정한 분야의 연구자만이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닙니다. 실제로 뉴럴링크 같은 경우에도 그 안에 생물학자, 의학자, 재료공학자, 기계공학자, 전기·컴퓨터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본인이 무엇을 전공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분야에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BCI는 이미 시장이 열려 있는 분야가 아니고 시장이 개척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 과정 동안 여러 시련과 난관이 있겠죠. 그것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는 사명감과 열정이 있다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당부서 : 미래직업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