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틀 속에서 바쁘고 규칙적인 생활을 30년 이상을 하다 퇴직을 하니 아무 하는 일 없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지치고 활기도 없어져서 인생이 허무하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직장 출근을 하지 않으니 처음 두세 달은 정말 마음 편하고 자유롭고 통제받지 않으니 마음 편하고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제는 요일감각도 없어지고 늦잠을 자거나 실내에만 머무는 시간이 늘어간다. 주변에서는 연금도 나오겠다 무슨 걱정이냐 이제는 편히 놀러 다니고 취미생활이나 즐기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100세 시대 수명도 길어지고 있고 연금만으로는 살기 힘든 세상이다.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현직에 있을 때 은퇴 후를 대비하여 자격증을 취득하던지, 돈벌이 등 노후 대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던 조언을 남의 일처럼 흘려들었던 것이 후회스럽다.

사실 퇴직 후 6년 그동안의 경험으로 ○○ 전문위원, ○○의료원 이사, 원장채용 심의위원, 위생 · 의료관련 교육, 청문주재 등 일시적인 일은 하였으나 연속된 일을 얻기는 어려웠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으나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요즘처럼 청년들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나이 많은 사람을 채용할 곳이 있겠냐는 자조적인 생각이 먼저 들고, 막노동은 육체적으로 감당이 안 되고 자녀 문제 등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마음은 항상 무거웠습니다. 집안 형편이 풍족하고 여유가 있다면 이제 정말로 골프, 낚시, 서예 등 취미생활이나 운동, 해외여행 등으로 보낼 나이도 되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 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 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우리시대 50년대에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농사짓는 가난한 농부 슬하에 늦게 태어나 항상 가난하고 여유가 없었다. 내 삶의 한자리에 서서 잠시 뒤 돌아보면 그래도 공직에 입문하여 청춘과 정열을 바쳤던 공직생활을 큰 대과없이 마칠 수 있었던 점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 한편의 공허함과 허전함은 무엇인가 할 일을 매듭짓지 못한 것 같은 느낌과 이대로 남은 생을 무기력하게 보내기에는 아직은 젊다는 생각이 앞선다.

무료하게 컴퓨터에서 유튜브나 열고 정치 시사 상황이나 보고 있자니 열불이 나고 한심하고 짜증나던 지난 8월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우연히 한국고용정보원 사이트가 떠서 열어보니 정부의 중요한 정책과제인 일자리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기관이고 특히 일을 통하여 인생 2막을 설계 지원하는 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간취업 포털이나 건성건성 보면서 스스로 나에게 해당하는 내용은 없구나 하고, 포기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막막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여기저기 입사지원서를 넣는 청년 같은 절박한 마음도 없었고 되는대로 구직활동을 한 나 자신을 질책하였다.

살펴보니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인생 재설계, 취업 자신감 향상, 구직기술 습득, 대인관계 기술을 통한 직장 적응 능력 향상 및 취업 설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말 채용정보, 직업, 진로, 고용정책, 훈련정보 등 너무도 소중하고 필요한 정보들이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22.8.19일 워크넷에 즉시 이력서를 등록하고 구직 신청을 하였다. 구직 신청 기간은 3개월 등록번호도 부여된다. AI가 분석한 내 직무능력을 보니 보건관리 계획 수립평가, 산업 보건관리체제 확립, 의료기관평가 지원, 보건교육 요구도 진단, 보건교육 전략 개발, 보건교육 인프라 구축, 산업환경보건 종합평가 등이 생성된다. 마치 취업이 즉시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설렘과 흥분된 마음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AI 일자리 추천 서비스를 통해서 다양한 채용정보는 계속 제공되었다. 다들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일자리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

이제 내 나이 2~3년 후면 70을 바라본다. 잠시 내가 10년 20년만 더 젊었더라면 하는 가당치 않은 생각도 스쳐 갔다.
그러나 역시 학력, 전공, 자격조건 및 인프라가 부족한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주변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어떤 일이든 주어지면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고 말하기에는 이제 용기와 자신감도 부족하다.

그러던 9월에 우연히 ○○대학교병원 환경보건센터의 연구원 채용정보가 워크넷에 떴다. 채용조건을 보니 보건학, 환경보건, 정책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및 환경보건 관련 연구 및 사업 경험자 우대조건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응시원서, 자기소개서, 사업계획서 등을 넣고 소식을 기다리는 데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고 10월에 ○○대학병원에 취업에 성공하여 현재 직장을 다니며 적응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경력과 노하우를 인정해서 채용해 주신 담당 교수님과 면접관님들께 감사드린다.

내게 주어진 일은 국가환경정책에 맞춰 지역 환경보건종합계획 수립과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 등으로 인한 주변지역 주민의 건강 피해조사를 실시하여, 발전소로 인한 환경노출과 주민건강실태를 평가하고 환경조치 방안 마련과 주민건강피해 예방관리대책을 수립,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업무이다.

사업의 과제 상 만만치 않은 업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수님, 연구원들의 자문과 선행연구, 타도의 유사 업무 비교, 지역주민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기필코 사업목표를 달성하여 저를 믿고 채용해 준 관계자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록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직 신분이지만 향후에 지역의 환경문제에 조그만 밀알을 깔았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평생의 마지막 업무로 알고 역량과 성실한 자세로 근무할 계획이다. 1달 남짓 동안 지자체 회의, 워크숍, 세미나 참석 등 바쁘게 보내다 보니, 나이 들고 체력이 떨어졌어도 열정과 집념은 녹슬지 않았다는 생각에 생활이 활기가 생겼고 여유롭다.

한국고용정보원(워크넷)을 통하여 재취업에 성공하고 국민내일배움카드도 발급받아 인공지능 데이터라벨링 입문 과정도 수료할 수 있었다. 앞으로 기회를 보아 AIDE자격증에도 도전해 보려고 한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스스로 얼마든지 직업능력개발훈련도 받고 역량개발을 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있음을 주변에도 홍보 해야겠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취업 지원, 자료 제공과 직업훈련 및 취업 알선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취업 지원서비스를 통해 참여자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신속하게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한국고용정보원(워크넷)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이 있고 모두에게 내일은 반드시 희망이 있기를 바라면서 내 자신 인생 2막 출발점에 섰다.
삶은 산 하나를 오르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봉우리에 올라 발아래를 바라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눈을 들어 바라보면 올라야 할 봉우리가 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쉬어갈지언정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인생 2막 출발점이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도록 부족한 제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먼 훗날 그때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