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장의 달력만이 남아있다. 올 초에 막막했던 상황들이 지금은 꿈만 같다. 취업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지만, 번번이 나이 때문에, 또는 뭔가 어긋난 핀트 때문에 당했던 수많은 거절들로 인해 의기소침해 있었다.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는 게 맞다.

당연히 누구나 하는 취업 절차처럼 워크 넷에 이력서를 올리긴 했지만 연락 오는 곳은 없었다. 나름대로 찾아내 전화한 곳에선 거절의 의사를 애둘러 말하곤 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경력이 단절된 지도 만만치 않은 세월이다. 자신감은 바닥이었고, 나름대로 알아본 정보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당연히 적극적이고자 했던 구직활동은 마음뿐, 소극적인 활동 영역을 넘길 수 없었다. 구체적인 정보와 목표가 있어야 적극적일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거절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 였다.

그런데 우연히 워크넷의 AI 추천 일자리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진즉부터 있었던 모양인데, 뒤늦게 기대감 없는 클릭이 시작됐다.

채용정보, 정책정보, 기업 정보, 훈련정보, 자격정보, 심리검사 등으로 세분화해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알려주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도 시스템은 존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단 어느 곳으로 지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기에 지원처가 없었다. 하지만 나와 유사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채용정보와 희망하는 일자리를 추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찾고 있던 취업처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물론 100%의 매칭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역이 동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고할 만한 취업처의 모집공고문은 구체적인 구직활동에 분명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머지 분류 건들에 대해 더 살펴보면서 매칭의 범위를 좁혀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어떤 기업에서 나와 같은 삶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었기에 지역 내에서 비슷한 성격의 기관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기 있는 기업의 순으로 나열되어 있어 시간의 낭비를 줄 일 수 있는 좋은 데이터가 됐다. 그것만으로도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AI의 분석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가 더욱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훈련정보와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과 관련 유사성이 있는 자격증을 추천해 줌으로써 무의미한 소진을 할 필요가 없게 했다.

자신감이 없어서 내가 보유한 역량보다 낮은 레벨의 직장을 구하려고 하던 내게 AI 일자리 추천 카테고리의 발견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됐다. 난 당당한 마음으로 취업 알선 일을 할 수 있는 기관에 지원서를 냈다. 물론 AI가 추천해 준 자격정보를 보고 보완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난 드디어 취업에 성공하게 됐다. 장롱 먼지가 쌓여갈 뻔했던 전문자격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맞게 된 거다.

항상 이맘때면 세월의 무상함을 원망하며, 위축되곤 하던 마음이 올해는 해맑기만 하다. 지금의 일자리가 적성에 맞는 이유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무엇보다도 늦은 나이에 당당하게 전문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나를 세우는 힘이 되고 있다.

만약 AI가 사람이었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을 거다. 대신해서 워크넷에 감사를 표해야 할까 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