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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성공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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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에 빠진 나,
‘워크넷’이 건지다

나이 서른다섯.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취업은 물론 결혼도 진작 해서 아이를 기르는, 어엿한 ‘진짜 어른’이 연상되시지 않나요? 하지만 저의 서른다섯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직 결혼은 커녕 취업도 못한 동네 백수. 실의에 빠진 채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서 슬리퍼 질질 끌면서 동네 피시방에나 들락거리는 ‘동네 노는 형’이 바로 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한들 재미있을리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나 때우며 세월아 네월아 하는 식일 뿐입니다.


피시방에서 주로 하던 게임은 ‘워크래프트’, 일명 ‘워크’로 불리는 것입니다. 저 같은 백수가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안과 동병상련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현실에서는 잘난 사람, 잘나가는 사람, 직장 좋은 사람, 돈 많은 사람 등등 온갖 사람들이 미취업자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게임에 접속하면 저와 비슷한 처지의 백수들이 득시글거립니다. 그래서 게임은 백수들의 안식처입니다. 인생을 좀먹는 게임에 싸구려 위안을 얻어가는 악순환, 저는 그 검은 고리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 좋은 곳에 이직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직 한 번 했을 뿐인데 연봉은 두 배로 뛰었고, 복지와 처우는 비교가 안 됐습니다. 저랑 같이 대학에 다닐 때는 저보다 공부도 못하고, 학점도 낮고, 인간관계도 미숙했던 그 녀석이 순식간에 ‘잘난 사람’이 되자 서글픔과 함께 정신 번쩍 드는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저는 자존심을 접고 물어봤습니다. 비결이 뭐냐고. 답은 정말 간단했습니다. ‘구직 사이트 매일들여다보기’였습니다. 저는 ‘알바0’ 등의 알바 사이트는 알았지만, 구직 사이트는 뭐가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어떤 구직 사이트가 가장 좋은 곳인지 물었습니다. 그때 녀석이 지은,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은 아직 잊히지 않습니다. 하긴 서른다섯이나 먹은 인간이, 그것도 직장도 없는 인간이 구직 사이트도 모른다는 게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요. 녀석은 사이트 이름을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워크넷이 제일 낫다는 귀띔을 해줬습니다. 자기가 경험하기로는 구직정보의 양이나 다양함에 있어서 가장 낫고, 아무래도 정부에서 운용하는 데다 보니 믿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워크넷 인증은 채용정보의 신뢰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채용공고를 미끼로 사기를 치거나, 미취업자의 다급한 사정을 악용한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워크넷 인증은 곧 정부가 인증하는 회사라는 생각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날로 저는 워크넷에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1년쯤 전이네요.


하지만 막상 회원가입을 했다 뿐이지, 어느 회사에 이력서를 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알바 외에는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워크넷에서 재미삼아 해본 직업심리검사가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나이였습니다. 나이가 어리면 어딜 가든지 바닥부터 구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신입치고는 나이가 너무 많다 보니 취직이 돼도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던 겁니다. 또, 저를 뽑을 회사 입장에서도 저의 나이를 큰 단점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규모가 큰 직장보다는 작은 직장, 사원수가 많은 데보다는 적은 데를 우선적으로 지원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회사이면서, 저의 거주지인 서울에 있으면서, 급여도 제가 원하는 수준으로 지급하면서, 제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데가 어딘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워크넷의 치밀하고 섬세한 검색기능이었습니다.


워크넷은 근무지역, 직종, 기업형태, 상장여부, 기업규모, 우대조건 등 조건별로 아주 세분화된 검색기능을 제공합니다. 또한 ‘취업나침반’은 임금, 자격증, 채용조건, 직종별로 가이드를 제시해줍니다. 그 중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취업나침반’과 기업규모별 검색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제 적성에 맞는 직장을 원하되,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규모가 작은 회사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해도 제 적성에 맞지 않으면 오래 다닐 수 없고, 적성에 맞다 해도 조직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면 역시 금방 그만둘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워크넷의 도움으로 여기저기 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2군데 중 한 군데에서는 면접을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일해 본 경험도 없고, 나이도 많은데 그런 저를 만나보고 싶어 하는 회사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원서 내는 게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반신반의 하면서 내봤는데,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가 걸려오는 걸 보면서 자신감이 확 높아졌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자괴감 때문에 자신감이 하나도 없던 저였습니다. 늘 우울했고,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데가,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이렇게 많다는 걸 보며 제가 꽤 쓸 만한 인간이구나 하는 기쁨을 느꼈던 것입니다. 워크넷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자신감 회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치밀하고 섬세한 검색기능 덕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에 제가 원하고, 회사가 저를 원하는 그런 데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덕에 서류전형 통과 확률이 매우 높았고, 면접 보러 다니는 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울함, 자신감 상실, 자괴감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웅크린 백수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가장 필요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워크넷은 바로 그걸 제게 선물해줬던 것입니다.


결국 저는 작년 7월 13일부터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장 제외 사원수 2명의 아주 작은 신문사입니다. 제가 원하는 대로 사원이 적다 보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워낙 사원이 적어 사람 하나하나 귀한 데였습니다. 그래서 사장님은 말 그대로 사원들을 가족처럼 아끼고 배려해주셨습니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제가 원하는 직장이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별로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신입으로 받아주신 사장님과, ‘워크’라는 게임에 빠져있던 저를 구해준 워크넷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슬쩍슬쩍 웃을 때가 있었는데, 바로 워크넷에서 보내는 문자 때문입니다. 취업에 성공해서 아침마다 남들처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제게 주어진 자리(예전엔 이게 정말 부러웠습니다. 직장인들이 자기 책상과 의자에 앉아 전용 전화를 사용하는 것 말입니다.)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 가끔 워크넷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취업여부를 조사한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문자메시지이지만, 나의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아닌 누군가가 저의 취업 여부를 걱정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참 고마웠던 것입니다.


워크넷, 1년 전 지인에게서 처음 들어본 그 낯선 이름이지만, 제게는 은인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미취업자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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