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기업에 취업하여 39년간 다니면서 우리나라 노동법에 보장된 60세 정년은 당연할 것으로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나의 직장이 아웃소싱 되고, 명예퇴직이 나에게 해당되는 현실을 똑똑히 체험하였다.

그러나 평소에 준비해 놓았던 자격증과 워크넷의 도움으로 56세 나이의 벽을 허물고, 재취업에 성공한 사연을 이 수기에 담아본다.

지금시대에서 자격증과 기술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확신한다. 평생직장을 구하기는 무척이나 힘이 들지만 평생 직업을 구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39년 재직 후 부득이 명예퇴직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H중공업에 취직이 된 후 19년간은 산업현장에서 전기시설물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였고, 이후 기술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겨 20년간 전기분야 기술연수생 양성교육과 재직사원 직무향상교육을 담당하는 직업훈련교사로 근무를 하였다.

19세에 취업되어 수십 년을 한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자기개발에 시간을 투자하여 국가공인기술자격증 80여개를 취득하였고, 고졸학력을 극복하기 위해 40세에 학점은행제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OO대학교 대학원에 늦깍이 진학하여 내년 초에는 석사 학위를 받는다.

2013년에는 회사의 추천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직업능력개발 유공자에 선정되어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하였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 주관 스타훈련교사에도 선정되어 H중공업에서는 제법 잘나가는 사람에 포함되어 주변에서“당신은 스펙이 좋아 정년까지는 무난하겠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명퇴가 나에게 해당되었고, 이것으로 인하여 정년을 미처 못 채우고 회사를 그만둘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020년 7월말 휴가 직전 팀회의에서 기술교육원이 아웃소싱 된다는 계획서가 발표되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팀 전체가 망연자실하였다. 너무나 큰 충격에 사실이 아니기를 무척이나 바랐지만 현실은 냉정하였다.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에 빠져 멍한 행동과 불면증이 생겼고, 결국 우울증으로 진행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아웃소싱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나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그러나 인력 재배치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무기술직 관리자의 신분으로 근속이나 나이에서 한참 차이가나는 후배들 속에서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오랜 세월 정들었던 직장에서 정년 4년을 남겨둔 채 퇴사를 하였다.

준비된 자격증과 워크넷 구직활동

다행이 나는 준비된 자격증이 많아서 다른 동료직원들 보다는 그래도 조건이 나은 편이었다. 회사의 필요성에 의해서 전기기능장과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으로 사외 시설물에 전기안전관리자와 소방안전관리자로 법적선임이 되어 별도의 경력을 10년 정도 쌓을 수 있었다.

나는 재취업을 위해 퇴직 즈음에 그 동안 말로만 듣던 워크넷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정식으로 워크넷 양식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구직신청을 하고 난 후 나의 전문분야인 전기안전관리자 및 소방안전관리자 키워드로 매일 매일 워크넷을 검색하였다.

관련 직종에 대한 채용공고를 보고 10여 곳의 기업체에 이력서를 넣어 보았으나 연락이 없어 각 기업체 인사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해본 결과 한사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였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또 다른 구인업체에 이력서를 넣고 기다렸다.

취업알선장 도착과 채용면접

퇴직 후 1주일 정도 지날 무렵 워크넷을 검색하니 경상북도청에서 보낸 취업알선장이 도착하였다. 내용은 영천시 OO읍에 소재하는 ㈜OOOO에서 전기안전관리자를 급히 구인하니 그쪽 인사담당자와 취업상담을 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에 다음날 바로 취업알선장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인사담당자와 통화를 하였는데 빠른 시일 내에 면접을 보자고 하여 면접 일정을 잡았다.

면접장에 직접 참석하신 사장님께서 전기기능장 자격증 소지자의 채용이 급하니 다음 주부터 당장 출근, 직급은 부장, 임금은 회사 최고수준으로 책정하고, 70세까지 부탁한다고 나에게 당부까지 하셨다.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올 때는 열심히 살고 싶은 용기가 치솟았다. 전 직장에서 11월 초에 퇴직을 하고, 불과 10여일 만에 제2의 직장을 구하고 나니 가족보기에 너무나 떳떳하였고, 뿌듯하였다.

더 발전된 인생2모작

2020년 11월 16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첫 출근하여 오늘까지 벌써 5개월이 지나간다. 전기시설물의 전기안전관리와 소방시설물의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책임지며 70세까지 다니는 것을 목표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OOOO은 자동차 배터리 폐납을 활용하여 재생납을 생산하는 리사이클링 전문 회사로 신용등급은 B, 종업원수 53명에 연간 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유망 중소기업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명퇴금도 따로 받았고, 재취업도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나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올 12월이면 실업급여를 받지 않고 조기 취업 1년이 경과되어 고용보험공단에서 주는 조기취업수당 800여만 원도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사장님의 배려로 OOOOO대학에 출강하여 전기를 가르치는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어, 지금이 더 발전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인생2모작을 할 수 있게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워크넷의 취업알선장 이었다. 내가 아무리 자격증과 기술이 있다고 하여도 워크넷이 없었다면 지금의 회사에 취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워크넷이 우리나라의 취업전문 사이트로 자리매김하여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취업에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워크넷이 다 해결해 준다는 관념은 버려야 할 것이다.

취업의 지름길은 먼저 자기가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조건(자격증, 경력, 기술 등)들은 평소에 본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갖추어 놓고 난 후 워크넷의 문을 꾸준하게 두드린다면 보다 쉽게 취업의 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재취업의 기회를 준 워크넷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